영남대병원의 변모
‘품질관리실’ 두고 진료 못잖게 고객만족도 신경
친절서비스 받은 환자들 “주치의가 돌봐주는 듯”
“검진센터에도 최근 고객만족 프로그램(CS)을 도입했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우리 병원을 찾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정밀 검진하듯 들여다봐야 합니다.” 15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3층에 있는 병원장실. 신동구 병원장(51·내과 교수)과 이 병원 고객만족팀 직원 등 9명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5년째인 올해는 반드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오는 응급차, 굳은 표정으로 진료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와 가족, 가운을 입고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오가는 의사와 간호사, 열린 문으로 보이는 복잡한 의료기기…. 대형 병원에 들어서면 으레 마주치는 이런 모습 때문에 처음 오는 환자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영남대병원은 이 같은 모습을 앞장서 바꾸기 위해 2005년 ‘고객만족으로 신뢰받는 영남지역 최고 의료원이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환자와 가족들에게 약속했다. 의료 수준이 높은 병원이라면 환자와 가족이 진료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I(품질관리)실’은 이 과제를 추진하는 핵심부서. 이 부서는 임상과 감염관리 같은 의료 분야와 함께 고객만족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고객만족 여부를 진료 수준과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이다. 이남혁 QI 실장(47·소아외과 교수)은 “대학병원은 의료 수준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병원을 신뢰하면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형식적인 친절 문제가 아니라 수준 높은 병원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는 2007년 출범한 ‘CS아카데미’가 있다. 병원장부터 주차관리원까지 18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형 병원에서 고객만족을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의 의식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원 가운데 60여 명이 CS 전문교육을 받고 직원 교육을 위한 강사로 뛰고 있다. 간호사로 15년 근무하다 지난해 3월부터 CS 전담강사로 일하는 이현구 씨(39·여)는 “환자나 보호자는 사소한 부분도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들은 예사로 듣는 편이다”며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환자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만성질환으로 3년째 이 병원을 찾는 한 환자는 “몇 년 전에 비해 직원들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며 “내가 아쉬워서 병원에 온다는 느낌보다는 주치의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병원장은 “그동안 쌓은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올해는 3000여 곳의 협력 및 의뢰 병·의원과 공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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