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마을 곳곳서 億소리 나요”

  • Array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나주 산포면 덕례리 10집 중 한 곳은 억대 부농
40년전 모래땅에 일군 하우스 고추-피망 명성

30년이상 피망과 고추 등 비닐하우스 농사로 특별한 관리 기술로 1년 매출이 1억이상인 고소득 농업으로 성공을 거둔 전남 나주시 산포면 유촌마을 주민들이 수확한 피망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나주=박영철기자
30년이상 피망과 고추 등 비닐하우스 농사로 특별한 관리 기술로 1년 매출이 1억이상인 고소득 농업으로 성공을 거둔 전남 나주시 산포면 유촌마을 주민들이 수확한 피망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나주=박영철기자
17일 전남 나주시 산포면 덕례리. 폭 2m의 좁은 농로에 각종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다녔다. 들녘에는 시설하우스 숲이 펼쳐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트럭과 트랙터 말고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중형 승용차도 갖고 있었다. 마을회관 앞에서 굴비를 팔던 김일권 씨(58)는 “덕례리 농민들 가운데는 대도시에 자녀들 교육을 위해 집을 한 채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덕례리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열 농가 중 한 곳은 억대 부농(富農)으로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농촌마을이다.

○ 모래땅에서 일군 부농의 꿈

덕례리는 모래가 많아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토였다. 경북 상주 곶감이나 강원도 대관령 목장처럼 특산품을 재배할 여건도 되지 않았다. 최동수 나주시 농업인상담소장(55)은 “덕례리 주민들은 1970년부터 심어져 있던 뽕나무를 뽑은 뒤 하우스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벼농사를 지을 수 없어 고추와 피망을 생계수단으로 선택한 것.

농민들은 양수기가 없어 하우스에 물을 길어 날랐고 라면상자에 고추와 피망을 담아 열차 편으로 매일 서울로 보냈다. 숱한 실패와 폭설 피해를 보기도 했다. 뽕나무 밭 덕례리는 현재 하우스 74만 m²(약 22만 평)으로 탈바꿈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하우스 농가 135 곳 중 12곳은 억대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같은 시기 전국 121만 농가 가운데 억대 부농은 9054농가에 불과했다. 지난해 고추, 피망가격이 좋아 조만간 발표되는 2009년 억대 부농 명단에 더 많은 농민이 추가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 고추와 피망 40년 재배 노하우 전파

농민들은 ‘맨땅에 헤딩’하듯 모래땅에서 40년간 고추와 피망 재배만을 고집해 마을 특산품으로 만들었다. 고추, 피망 잎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모두 박사가 됐다. 마을 주민 박종석 씨(48)는 “31년간 피망을 재배해 전문가가 됐고 연간 수입이 2억 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덕례리에는 1970년대부터 전국에서 농민들이 고추, 피망 재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6, 7월부터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해 한겨울에 열매를 맺게 하는 방식으로 난방비를 아낀다. 그만큼 앞서가는 하우스 작물 재배로 명성을 얻고 있다. 농민 40여 명은 덕례리에 더는 하우스를 지을 땅이 없어 나주시나 광주 광산구 등으로 옮겨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하우스 재배 노하우도 이웃 농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김동신 덕례리 유촌마을 이장(54)은 “농작물 가격만 요동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농민이 억대 부농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