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적은데 학군수요 늘어… 방학 들어 최고 1억원 들썩
뉴타운-재개발 이주 겹쳐… 서울 전체로 오름세 확산
직장인 한모 씨(34)는 요즘 전셋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년 전 1억8000만 원에 얻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13차 116m² 아파트의 전세금이 최근 2억9000만 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한 씨는 “불과 한 달 새 주변 아파트 전세금이 5000만 원이나 올랐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동네에서는 예전 전세금으로는 구할 집이 없다”고 걱정했다.
연초부터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남과 목동 일대의 ‘학군 수요’로 촉발된 전세금 오름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전세 물량이 많이 부족해 예년보다 상승 폭이 크다. 강남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사상 처음으로 3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뉴타운 및 재개발 사업으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전세 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강남 4개구 평균 전세금 3억 첫 돌파
20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4개구 아파트(33만4394채)의 평균 전세금은 19일 현재 3억194만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월 중순(2억5224만 원)보다 가구당 무려 4970만 원이 올랐다.
강남 4개구 전세금은 지난해 1월 16일 하락세(―0.08%)를 보인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8년 송파구를 중심으로 3만여 채의 신규 아파트가 입주한 뒤 전세 물량이 대폭 줄어든 반면 학군이 좋은 강남 일대로 전세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학군을 찾아 이동하는 전세 수요는 최근 광진, 양천, 노원구 지역의 아파트 전세금도 끌어올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0.14%)에서는 광진(0.54%) 영등포(0.28%) 송파(0.26%) 양천(0.24%) 등 19개 구의 전세금이 일제히 올랐다.
하지만 인기 학군 일대의 전셋집은 쉽게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우방공인중개사 강순옥 실장은 “작년 12월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주변 전세금이 5000만∼1억 원 올랐다”며 “하지만 매물이 적고 기존 전세를 재계약하는 사람이 많아 전세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전세금 오름세 당분간 지속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금 상승세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올해 서울에서 뉴타운 사업 및 재개발로 철거되는 주택은 작년(2만807채)의 4배 수준인 9만8742채로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입주 예정 아파트는 3만4041채에 그쳐 뉴타운 및 재개발 철거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금 오름세를 주도하는 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다세대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의 신축 공급 물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까지 일시적으로 전세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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