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법원 내 진보적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요구한 데 대해 우리법연구회 측은 말을 아끼면서도 “이념적 성향을 가진 비밀 사조직이 아니라 단순한 학술연구모임”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회원인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법연구회 해체 문제는 대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장판사와의 문답.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가 이념 단체라며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가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이념 성향 단체라면 근거가 있어야 된다. 우리는 매달 법률 세미나만 연다. 사회과학도서를 읽고 토론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 때문인 것 같은데 판결은 판사 개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고 좌편향 판결을 내리지는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부당하다고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전교조 간부 시국선언 무죄, PD수첩 무죄 판결을 두고 논란이 많다.
“세 판결 모두 우리법연구회 회원 판사가 한 게 아니다. 왜 이 시점에서 우리 모임을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판결에 문제가 있으면 상급심에서 바로잡으면 될 일인데 이념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논란이 된 세 판결을 형사단독 판사가 했다. 중대 사안은 형사단독에 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형사단독에도 경력 많은 판사가 배치되고 있다. 중요 사건을 합의부에 맡기자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이념 부분이 걸린 사안이라고 무조건 합의부에 맡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회원 가운데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판사가 많은가.
“회원 120여 명 가운데 좌편향 판사는 거의 없다고 본다.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오히려 더 조심하는 형편이다.”
―우리법연구회는 이념적 성향의 사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절대 아니다.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활동 내용을 몰라 비밀 사조직처럼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 펴내는 논문집에 회원 명단을 공개한다. 논문 내용을 보면 이념 편향성을 가졌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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