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5m 강풍-10m 파도 뚫어 이젠 400km 얼음 깨고 남극으로”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21일 03시 00분


쇄빙선 아라온호 남극입구 도착… 김현율 선장 전화인터뷰
35일 항해… 사흘뒤 남극도착
제2남극기지 후보지 답사와
쇄빙테스트 임무 꼭 성공 완수

“눈앞에 남극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이 떠다니는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뒤면 드디어 우리 손으로 만든 쇄빙선이 처음으로 얼음바다를 깨고 남극에 도착합니다.”

한국의 첫 쇄빙선 아라온호가 21일(한국 시간) 남극 입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얼음바다가 시작되는 그곳의 위치는 뉴질랜드 남동쪽 공해상(남위 70도 서경 140도). 지난해 12월 18일 인천항을 떠난 지 35일째 되는 날이다. 김현율 아라온호 선장(52·사진)은 18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위성전화에서 “제2남극기지 후보지 답사 임무와 쇄빙 테스트를 꼭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아라온호는 22일에는 러시아의 쇄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호’와 만나 남극까지 동행할 예정이다. 첫 번째 목적지인 남극의 케이프벅스까지 사이에는 400km나 이어지는 얼음층이 가로막고 있다.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얼음층을 시속 5km로 깨부수며 사흘간 항해해야 한다.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김 선장은 “아라온호 주변에는 현재 25노트(시속 46.3km)의 센 바람이 불고 높이 3∼4m가 넘는 집채만 한 파도가 치고 있다”며 “그렇지만 남극 대륙까지 들어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라온호가 처음 닻을 내릴 케이프벅스는 테라노바베이와 함께 2012년 한국의 ‘대륙기지’가 들어설 후보지 중 하나다. 아라온호에는 승무원과 연구원 엔지니어 등 83명이 탑승해 있는데 일부 연구원 등 현지 답사팀을 케이프벅스에 내려준 뒤 본격적인 쇄빙 테스트에 들어간다. 김 선장은 “아라온호에는 배를 좌우로 3.5도씩 흔들어 주변 얼음을 깨부수고, 제자리에서 180도 방향을 트는 첨단 항해 장비가 실려 있다”며 “배가 얼음에 갇혀도 별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남극으로 향하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달 12일 중간 기항지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항구를 나선 아라온호는 사흘 만에 풍랑을 만났다. 50노트(시속 92.5km)의 강풍과 높이 10m 이상의 파도를 동반한 극저기압을 만나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노련한 승무원들이 합심해 아무런 피해 없이 극복했다.

김 선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올리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겠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다음 달 테라노바베이에서 답사를 마치고 3월 19일경 인천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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