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70세 아들 “70년전 아버지가 못낸 병원비 갚습니다”

“부친, 돈없어 편지 써놓고 도주… 꼭 납부하라던 유언 지켜”

70년 전 아버지의 수술비를 뒤늦게 병원에 가져온 양치곤 씨(오른쪽)는 25일 병원 측에 “너무 늦어 죄송하다”고 미안해했다. 김민철 병원장은 “추운 날씨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연”이라며 건강검진권을 선물했다. 사진 제공 전주예수병원

70년 전 돈이 없어 내지 못했던 아버지의 병원비를 70대 아들이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뒤늦게 갚았다. 전북 김제시에 사는 양치곤 씨(70)는 25일 전주예수병원 김민철 병원장을 방문해 아버지가 내지 않은 병원비 100만 원을 전달했다.

양 씨의 아버지 양대식 씨(1969년 작고)는 1940년 탄광 일을 하면서 돌이 담긴 대나무 질통을 메고 사다리를 오르다가 떨어져 얼굴이 찢어졌다. 예수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끝냈지만 치료비가 없던 그는 퇴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의 어려운 사정과 용서를 바라는 편지를 침대 위에 남기고 달아났다.

양 씨의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아들에게 이 사실을 눈물로 털어놨고, 양 씨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41년이 흘렀다.

양 씨는 “지금도 형편이 넉넉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남긴 말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다”며 “독촉받는 빚이 아니라는 핑계로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 시절에는 그런 분이 많았고, 병원에서도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70년 전 일을 잊지 않으셨다니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양 씨 부부를 위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무료 종합건강검진권 두 장을 선물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