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속 일부 조합원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두 노조의 지난해 시국선언 참여로 불거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사건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검찰은 시국선언 사건이 문제가 된 직후인 지난해 가을부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조합원 가운데 상당수가 정당에 가입한 단서를 잡고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법원에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을 때에도 시국선언 참가와 함께 정당 가입, 당비 납입 혐의를 적시했다”며 “전교조와 전공노의 별건(別件) 수사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당 가입과 당비 납입은 당초 문제가 됐던 시국선언에 비해서도 훨씬 무거운 범죄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시국선언 참여는 특정 현안에 대해 일시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불법임을 알고도 정당에 가입해 꾸준히 당비를 낸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헌법(7조)을 정면으로 무시한 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를 6월 지방선거와 시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와 전공노가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성격의 수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에도 공무원노조의 민노당 지지선언 등 불법 정치활동에 대해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전교조도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를 위해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벌여 문제가 됐었다.
일부에서는 민노당이나 전교조·전공노 지도부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당원 가입, 당비 납부가 민노당의 요청이나 두 노조의 조직 차원에서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사건의 파장은 커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하고 있는 소환조사의 수사 추이를 지켜본 뒤 수사범위를 확대할지와 향후 수사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현재 1심 시국선언 사건 관련자의 공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1차 소환대상자 69명은 이에 앞서 시국선언에 참가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이들이다. 검찰은 이번에 드러난 정당 가입과 당비 납입 혐의를 현재의 1심 사건에 병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당 가입과 당비 납입은 이들의 시국선언 참가가 ‘집단적 정치활동’의 성격임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 등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불법 정치자금을 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공무원과 교사 신분인 이번 사건 관련자들은 재판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파면 처분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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