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신뢰도 영향없다” 한국 시험 예정대로 진행 ‘블랙리스트’ 존재도 부인 “30대이상 응시자 많은 점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무책임한 태도” 지적도 시험감독 부실 드러나면 美대학과 계약에 악영향 사태 키웠다 고소 당할수도 경찰 “협조 아쉬운데 답답”
《국내에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작 SAT 시행기관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TS의 톰 유잉 대변인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SAT 시험을 믿을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한 미국 대학이나 학생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최근 일어난 두 번의 사건은 별개의 부정행위일 뿐이며 이 때문에 SAT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예정된 SAT는 모두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부정행위 몇 건 때문에 다른 응시자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본사에서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본사에서 이와 관련해 따로 조사단을 꾸리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ETS는 항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보안 관련 업무는 늘 이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 한국의 SAT 응시자 가운데 학원 강사 등 30대 이상 응시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모니터링 방법과 내용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통계도 따로 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ETS가 예상 밖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다소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 강남지역 학원가에서는 “SAT 문제지를 미리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행위가 만연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은데도 ETS 측이 별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SAT를 주관하는 미국 대학위원회(칼리지보드)와 계약을 맺고 시험을 시행하는 ETS가 대내외적인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파문을 서둘러 덮으려 한다는 인상이 짙다. ETS 감독 부실로 신뢰도가 떨어지면 대학위원회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미국 대입 전형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ETS가 소송 우려 등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TS가 이번 한국에서의 부정행위 발생에도 시험 무효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정당하게 시험을 치른 학생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치러지는 SAT에서도 부정행위가 가끔 일어나고 있지만 ETS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뢰도 하락, 소송 우려 등의 복합적인 문제에 부담을 느껴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TS 본사의 태도에 대해 ETS 한국지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TS 한국지사 측은 “용의자들을 신속하게 검거한 것은 우리 보안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라며 “본사 역시 다른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SAT는 ETS 소속 인력이 아닌 시험장 학교 교직원들이 감독을 맡고 있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도 ETS의 이런 태도를 답답해하고 있다. 일단 ETS에서 추가 자료를 넘겨줘야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제까지 축적된 자료만 건네주면 이를 토대로 강남 학원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유잉 대변인은 소위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경찰에 넘긴 리스트는 23일 유출 사건과 관련된 4명 외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경찰이 ETS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