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실적 자랑’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장모 씨가 일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R어학원. 26일 학원 입구에 지난해 미국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명단이 붙어 있다. 김재명 기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SAT 학원들이 유명 강사를 유치하기 위해 수억 원대의 이면 계약을 체결하는 등 편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학원들이 과열 경쟁으로 문제지 유출에 개입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학원장 등 학원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6일 SAT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장모 씨(36)와 시차를 이용해 태국에서 문제를 빼내 불구속 입건된 김모 씨(37)가 현재 소속돼 있는 서울 강남구 R어학원 원장 등 학원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김 씨가 범행 당시 재직했던 E어학원 원장을 불러 조사한 바 있다. E어학원 원장 이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사들의 문제 유출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가 이미 소속 강사들이 SAT를 보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유출 사실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열렸던 이 학원의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2년 전 설명회에서도 이 학원에 있던 강사 J 씨가 시험을 직접 보고 와서 문제를 다 안다고 홍보해 학부모들도 다 같이 박수를 치지 않았느냐”며 “이제 와서 원장이 책임이 없다고 하면 말이 되냐”고 따지기도 했다.
경찰은 장 씨가 유출한 문제를 외부로 전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장 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복원하고 e메일 전송 기록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외부 유출 증거는 찾지 못했다. 학부모나 학원 간의 뒷거래가 없었는지 계좌 추적도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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