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수실, 지하주차장으로 간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예산 아끼기 위해 청사 리모델링 4개월간 임시로 옮겨
군청 이전 안해 총 189억 절감… 인천시 등 벤치마킹

전남 보성군은 낡은 청사를 단순하게 리모델링한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청사 신축, 리모델링을 함께 진행하고 주민 쉼터, 주차장도 만들고 있다. 보성군은 청사 신축 자린고비 작전으로 예산 189억 원을 절약했다. 사진 제공 보성군
전남 보성군은 낡은 청사를 단순하게 리모델링한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청사 신축, 리모델링을 함께 진행하고 주민 쉼터, 주차장도 만들고 있다. 보성군은 청사 신축 자린고비 작전으로 예산 189억 원을 절약했다. 사진 제공 보성군
28일 오전 전남 보성군청. 기획예산실 직원 21명이 이삿짐을 싸기 바빴다. 청사 본관 리모델링과 별관 신축 공사가 시작돼 사무실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본관은 1981년, 별관은 1970년 지어진 낡은 건물. 새로 이사하는 공간은 7300m²(약 2200평) 넓이의 청사 지하 1, 2층 주차장 가운데 지하 1층의 2600m²(약 800평) 규모 임시 사무실이다. 예산 25억 원을 아끼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군수 집무실 등 임시 사무실 24개를 만들었다. 정종해 군수를 비롯해 윤재영 부군수, 22개 실·과 공무원 231명은 4개월 동안 지하주차장을 임시 사무실로 쓰게 된다. 김대주 보성군 재산관리담당은 “지하주차장 사무실이 불편할 것으로 보이지만 임시사무실 설치 예산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봉사과는 등초본 및 인감증명서 등을 떼는 주민 불편을 고려해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한다.

자치단체 호화청사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자린고비 작전’으로 새 청사를 마련해 18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아낀 보성군의 신선한 실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보성군은 2007년 보성읍 9921m²(약 3000평)의 터에 있는 현재 청사 대신 인근 신흥동산 4만 m²(약 1만2000평)에 새 청사를 지으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새 청사를 짓는 데 예산 350억 원이 들어 열악한 군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성군은 청사 이전, 신축을 포기하고 안전진단 결과 위험판정(E등급)을 받은 6528m²(약 2000평) 규모 청사 별관을 부수고 새로 짓기로 했다. 4618m²(약 1400평) 규모 청사 본관은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군청 광장은 소나무, 철쭉 등 조경수 1000그루와 사계절 잔디를 심고 150m 길이 실개천을 만들어 주민 쉼터로 조성키로 했다.

청사 자재도 단열이 잘되는 고효율 자재를 사용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냉난방도 공기열을 써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저탄소 녹색성장 건물로 변모시킨다. 이 모든 공사가 194억 원에 해결됐다. 원래 계획안에 비해 156억 원을 아꼈고 용지 매입비 33억 원을 더하면 모두 189억 원을 절약한 것. 주민들은 ‘혈세를 아껴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 등 전국 자치단체들이 보성군 청사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보성을 찾고 있다. 정종해 군수는 “건물 리모델링, 신축을 함께 하는 묘책으로 예산 189억 원을 절약하고 주민 쉼터, 주차장도 만들었다”며 “새 청사는 보성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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