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보호-사회 약자 배려-투명경영 촉진-경영혁신 주도
“권리 요구 전 사회책임부터”
LG전자 노조 실천헌장 선포… 한국 노조로는 ‘최초의 실험’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빌 게이츠의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죠. 회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하니까 우리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준수 LG전자 노조위원장은 28일 USR를 선언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LG전자 노조는 이날 한국 노조 가운데 최초로 USR를 선언했다. 권리를 외치기에 앞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LG전자의 노조원은 경남 창원 등 전국 4개 작업장, 6개 지부 약 8000명에 이른다. 이날 경북 경주시 대명콘도에서 열린 ‘USR 헌장’ 선포식에는 이 회사 남용 부회장 등 노경(勞經) 대표 300여 명이 모여 노조의 새로운 선언을 축하했다.
○ “권리보다 책임 실천”
LG전자 USR의 실천지침은 △생태계 보호 △국내외 사회적 약자 배려 △노조와 회사의 투명성 높이기 △현장에서 경영혁신 주도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환경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생태계 보전, 작업장 환경보전 등을 실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전거 타기의 생활화, 나무 심기, 하천 정화운동 등이 포함된다. ‘사회 분야’에선 구성원 삶의 질과 역량 향상, 협력사 공존, 사회적 약자 차별 해소, 글로벌 공동체에 대한 공헌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직무센터와 산학(産學) 연계과정을 운영하고 직장 보육시설을 늘리는 한편 협력사에 대한 생산성 혁신 컨설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경제 분야’에선 현장 경영자로서 책임 다하기, 회사의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촉진, 노조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을 실천한다. 노조 내부에 경영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윤리규범도 제정키로 했다.
박 위원장은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기업시민으로서 소명을 다해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노조가 되겠다”며 “2010년은 LG전자 노조가 전 세계를 선도할 새로운 노경 문화를 만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 “CEO는 노조원의 동지”
이날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은 “오늘은 ‘동지’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 나도 동지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USR 헌장 선포는 노조가 진보하고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라며 “LG전자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 지금까지처럼 노조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연구본부장은 “사회적 책임(SR)이 국제적으로 중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SR의 필요성은 알면서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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