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피아노학과에 시각장애인 첫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서울 한빛맹학교 김상헌 군
서울大 합격생 배출 고교 사상 첫 1000곳 넘어

“저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피아노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29일 서울대 음대 피아노학과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합격한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 고등부 3학년 김상헌 군(19)은 “명성을 떨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군은 선천적으로 1급 시각장애가 있어 빛도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개의 선율을 시각적으로 단숨에 파악할 수 있는 비장애인에 비해 한 소절씩 촉감으로 곡을 익혀야 하는 김 군은 연습에 시간이 몇 곱절 더 소요됐다. 김 군은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한 중등부 시절 녹음된 연주를 들으며 비교적 쉬운 곡을 통째로 외워 연습했지만 고등부에 올라온 뒤부터는 어려운 곡을 점자 악보를 읽으며 연습했다. 김 군의 담임인 이지언 교사는 “정말 성실한 학생”이라며 “연습이나 공부를 빼먹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하루도 쉬지 않고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10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는 1429명(일반전형 1423명,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6명)으로 합격생을 배출한 고등학교 수가 1013개교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1000곳을 넘었다. 2009년 기준 전국 고교 수는 2225개(일반계 1534개, 전문계 691개)다.

합격생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출신이 34.7%로 작년보다 2%포인트 줄었다. 반면 광역시(25.8%)와 시(34.8%), 군(4.8%) 출신은 0.7∼0.9%포인트 늘었다.

전체 합격자 가운데 외국어고와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은 903명(26.1%)으로 지난해 794명(24.2%)보다 1.9%포인트 늘었다. 일반고 합격자는 2441명으로 작년 2352명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모집정원이 170여 명 많아지면서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포인트 줄었다. 자립형사립고와 전문계고 출신은 각각 80명과 6명으로 작년보다 7명과 4명이 적었다. 검정고시 출신도 25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여학생 비율은 39.8%로 작년보다 1%포인트 줄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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