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잇단 유출 강남 어학원 ‘족집게 강사’ 납치도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재계약 요구 흉기위협-폭행서명후 풀려나 정신과 치료경찰, 어학원 대표 수사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R어학원이 이번에는 ‘SAT 전문 스타 강사’를 납치해 재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SAT 전문강사 손모 씨(38)를 승용차로 납치해 강제로 재계약을 맺도록 강요한 혐의로 SAT 전문 R어학원 대표 박모 씨(40)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손 씨는 다른 학원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R어학원 측에 밝힌 뒤인 지난해 12월 21일 밤 경기 가평군의 한 개인별장으로 납치됐다. 이곳에서 박 씨를 비롯한 R어학원 관계자들과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 등 모두 9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12월 말경 손 씨를 불러 조사했으며, 손 씨는 “밤새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당한 것은 물론이고 칼로 ‘죽이겠다’는 위협까지 당했다”고 진술했다. 손 씨는 당시 학원 관계자로부터 “납치 사실을 알리면 땅에 묻어버리겠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이 조직폭력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씨는 R어학원에서 계속 일하겠다는 재계약 서류에 날인을 한 뒤에야 풀려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납치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은 손 씨는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다.

손 씨가 일하는 R어학원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SAT 문제 유출사건’의 진원지다. 손 씨와 함께 강남구 신사동 R어학원에서 일하던 김모 씨(37)가 태국에서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23일에는 같은 학원 대치점 강사 장모 씨(36)도 경기 가평 시험장에서 시험문제를 빼돌리다 구속됐다. 한 SAT 강사는 “이 학원은 자유로운 재계약이 불가능해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곳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R어학원이 소속 강사를 납치해 폭행까지 하는 등 무리수를 써가며 재계약을 하려 한 것은 그만큼 SAT 학원계가 스타강사 한두 명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손 씨는 국내 SAT 수강생들 사이에서 명강사로 손꼽혔다. 손 씨는 스타강사의 필수 조건인 ‘시험문제 확보’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학부모는 “2년 전 설명회에서 손 씨가 이제 막 시험을 보고 와 따끈따끈한 문제를 다 알고 있다고 해 다 같이 박수를 쳤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SAT 강사는 “손 강사는 SAT 작문(writing) 분야 최고의 강사인 만큼 한 달에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R어학원 대치점을 다니는 이모 양(18)은 “갑자기 손 선생님이 사라졌다는 소문에 R어학원을 그만두는 학생들도 있다”며 “이달 초부터 갑자기 학원에 나오지 않아 자기 학원을 차린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E 어학원장은 “족집게 강사라고 소문이 나면 각 학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결국 20∼30%의 연봉을 올린 다음 옮겨간다”며 “불구속 입건된 강사 김 씨도 우리 학원과 2012년까지 계약이 돼 있었는데 R어학원이 연봉을 30% 올린 다음 데려갔다”고 전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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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0-01-30 12:26:26

    교육청 수준이군. 교육청이 범죄집단이니 사설학원도 범죄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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