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황규경/겁없고 법모르는 성형사진 공개 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동아일보 1월 27일자 사회면에는 성형외과가 자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 전후 사진을 스스럼없이 광고에 이용하는 행태를 꼬집는 기사가 실렸다. 당사자인 여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병원의 행태에 분개만 해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해당 병원은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 바르게 처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행정안전부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정은 양자의 양보와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추구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자칫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도 대충 사과하고 약간의 위자료만 주면 만사 오케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따라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 성형외과의 행태에 유일한 해결책이 조정만은 아니다.

피해 여성은 병원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해당 사진이 포함된 웹사이트에서 게시물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극도로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사진이 반복적으로 공개됨으로써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형사고소를 고려할 수 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르면 해당 심의위원회는 피해자의 신고가 있는 경우 심의 결과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및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정당한 권한 없이 게재한, 타인의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사진·영상 등의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의사는 환자를 치유하고 보듬어야 할 사람이다. 과거 제대로 된 의술로 인정받지 못하던 성형수술이 오늘날 의료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이 자신감을 회복해 정신적으로 치유됐다는 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터다. 그런 성형외과 의사가 알량한 광고 때문에 도리어 환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해를 가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의 아이러니다. 사회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의사조차 타인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는 일을 ‘별것 아닌’ 일로 생각한 듯한 이번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법적 성숙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깨닫게 된다.

황규경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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