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화재참사 항소심 재판장인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일 단행된 고위 법관 인사에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로 발령(22일자)이 나면서 이 사건 재판에서 손을 떼게 됐다. 대법원은 “행정법원에 중요 사건이 많이 접수되고 있어서 고참급 고법부장판사를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냈던 검찰과의 갈등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대법원은 이날 사법연수원장에 손용근 특허법원장(사법시험 17회), 서울고법원장에 구욱서 대전고법원장(18회)을 임명하는 등 법원장 및 고법 부장판사급 83명의 승진, 전보 인사를 11일자로 단행했다.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원장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의중을 잘 아는 이진성 법원행정처 차장(19회)이, 법원행정처 차장에는 이 대법원장의 광주일고 후배이자 ‘복심(腹心)’인 이상훈 인천지법원장(19회)이 기용됐다. 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 대법원장의 친정(親政)체제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신임 차장은 2006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법원-검찰 간 갈등이 고조됐을 때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법원의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고법 부장판사에는 18명이 승진했는데,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홍기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발령을 받았다.
한편 퇴임하는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은 법무법인 원의 공동대표로, 박국수 사법연수원장은 대륙아주,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은 태평양, 김용균 서울행정·가정법원장은 바른으로 갈 예정이다.
■ 고위법관 약력
○ 손용근 사법연수원장
법원도서관장 때 대법원 판결을 영어로 번역한 영문판례집을 발간하고 조선고등법원
판결을 국역했다. 법원 내의 대표적 헌법, 의료법 전문가로 서예와 한학에도 조예가 깊다.
△전남 강진(57)
△한양대 법대 △사시 17회 △서울행정법원장 △대구고법원장
○ 구욱서 서울고법원장
서
울행정법원, 특허법원, 서울고법 특별부 부장판사를 거친 대표적 행정·조세 분야 전문가. 아들 구태회 씨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경북 의성(55) △경북대 법대 △사시 18회 △서울남부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 김진권 대전고법원장
법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는 부드러운 재판 진행으로 판결 결과에 대한
승복도가 높다. 선후배 법관들과 격의 없이 막걸리를 마시는 등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
△전북 남원(60) △서울대
법대 △사시 19회 △수원지법원장 △서울동부지법원장
○ 최은수 대구고법원장
서울고법
특별부 부장판사 시절 구술변론 활성화에 힘썼으며, 대한주택공사에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합리적인 성품으로
법원 내 신망이 높다.
△충남 논산(56) △서울대 법대 △사시 19회 △의정부지법원장 △서울서부지법원장
○ 최진갑 부산고법원장
1981년 임관한 이래 30년간 대부분의 판사 생활을 영남 지역에서 보낸 대표적
향토법관. 민사법 이론에도 밝아 부산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남 사천(56)
△서울대 법대 △사시 18회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 정갑주 광주고법원장
법
원장이 된 뒤에도 후배 판사들과 다양한 스터디 그룹을 함께하는 등 끊임없이 공부하는 법관으로 유명. 꼼꼼한 기록 검토와 판결문
작성으로 법원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광주(56) △서울대 법대 △사시 19회 △전주지법원장 △광주지법원장
○ 김이수 특허법원장
10차례나 풀코스를 뛴 마라톤 마니아. 장애인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건에서 배상
판결을 내리는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많이 내놓았다.
△전북 정읍(57) △서울대 법대 △사시 19회
△인천지법원장 △서울남부지법원장
○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
2008년부터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며 ‘신영철 대법관 파동’ 등 사법부의 현안을 매끄럽게 해결했다. 사법부 60년사를 집대성한 ‘역사 속의 사법부’
발간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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