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금융위기 ‘발등의 불’ 환경위기 ‘강건너 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금융시스템 등 경제이슈 많아
환경 문제 올해는 뒷전 밀려
국가 간 협력도 계속 눈치만

올해 다보스포럼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태평양 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섬’ 문제를 주목했다. 선박이 버린 쓰레기와 육지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로 이뤄진 이 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6배다. 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조각과 케이블 등 의 모습. 사진 제공 그린피스 등
올해 다보스포럼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태평양 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섬’ 문제를 주목했다. 선박이 버린 쓰레기와 육지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로 이뤄진 이 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6배다. 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조각과 케이블 등 의 모습. 사진 제공 그린피스 등
지난달 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기자회견 하나가 갑자기 취소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금 모금을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 주최 측이 밝힌 취소 사유는 내부 조율이 덜 됐다는 것. 결국 포럼 마지막 날인 31일에 가서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특별인출권(SDR) 발행을 통해 앞으로 수년간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그린 펀드(Green Fund)’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단독으로 밝혔다. 이를 지켜본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다보스포럼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과거보다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 환경에 대한 관심 줄인 다보스

지난달 27∼31일 열린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다룬 세션은 6개에 그쳤다. 2008년 회의에서는 12개 세션을 마련하며 주요 어젠다 중 하나로 환경 문제를 다뤘다. 지난해에도 9개의 세션을 마련했던 것과 비교하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다보스포럼은 주로 경제 이슈를 다루지만 지금까지 ‘녹색 일자리’ ‘수자원 부족’ ‘탄소배출권 시장’ 등에 관심을 보여 왔다.

2007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슈’로 지구 온난화를 꼽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다보스포럼은 “기후변화로 앞으로 10년간 최대 250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이 예상되고 세계 경제는 매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5%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8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물이 필요한 곳에서 (물 대신) 총을 발견하는 사례가 잦다”며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을 가장 중요한 글로벌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올해 다보스포럼은 △코펜하겐 합의 실패의 대안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금융 지원 등 6개의 세션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새롭게 제기된 이슈는 ‘쓰레기섬’ 해결책을 찾는 데 공조하자는 정도였다.

○ 코펜하겐의 실패, 신뢰의 위기 탓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개편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작년 말 코펜하겐 회의가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민간과 시장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명균 계명대 에너지환경계획학과 교수는 “각국 정부가 모인 작년 말 코펜하겐 회의에서 명확한 공통의 목표가 정해졌다면 다보스포럼 등 민간분야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을 것”이라며 “하지만 논의가 1년 미뤄지면서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사회학자인 앤서니 기든스도 자신의 저서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시장만으로 답을 낼 수 없다”며 “공권력의 주체인 국가가 주도하는 정책과 종합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보스포럼에서 올 12월 열리는 제16차 당사국총회의 의장국인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나서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관심을 모으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로 대표되는 과학자들의 신뢰의 위기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반감시키는 데 한몫했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은 최근 ‘2035년 히말라야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IPCC 보고서 내용의 오류를 인정했다. IPCC는 지난해 11월 지구온난화 관련 연구 데이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 쓰레기섬 문제, 국제공조로 해결해야

한편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태평양에 부유하고 있는 쓰레기섬 문제가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쓰레기섬은 태평양 한가운데인 서경 135∼155도, 북위 35∼42도에 쓰레기가 모여 생겨난 섬. 한반도 면적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다.

토니 헤이멧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 소장 등은 “선박에서 버려진 쓰레기와 육지에서 온 쓰레기가 모여 생겨난 이 쓰레기섬은 해양 오염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와 같은 해양오염의 영향으로 2050년 세계 수산업 규모의 3분의 1이 줄어드는 등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홍혁의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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