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회장 ‘세무조사 무마’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주가조작 혐의만 인정 집행유예
재판부 “천 회장, 이상득 의원에 청탁 전화” 확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사진)이 일부 주가조작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는 5일 천 회장이 15만 위안(약 2500만 원)을 받고 박 전 회장을 위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혐의에 대해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시점에 레슬링협회 부회장이었던 박 전 회장이 협회장이었던 천 회장에게 이 돈을 건넨 점 등을 종합할 때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천 회장이 2008년 8월 초순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이후 국세청 고발이 이뤄진 11월 6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과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바 있다”고 밝혀 천 회장이 이상득 의원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했으며,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태광실업과 정산개발에서 세중아이앤씨에 투자한 돈 6억2000만 원을 포기해 달라고 박 전 회장에게 요구한 혐의와 자녀에게 주식을 불법 증여한 뒤 우회 상장해 증여세 101억 원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천 회장이 주식의 대량보유 상황과 소유 주식 상황을 보고할 의무를 위반한 혐의, 세중나모여행의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조작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가 주식시장 발전에 해가 되는 등 죄가 가볍지 않지만 그동안 천 회장이 문화, 체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해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사실을 확인한 뒤 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까지 수사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천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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