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주민 피해가 없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경북 성주군 가야산국립공원 안에 골프장을 조성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사업자와 인근 주민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골프장 사업자인 ㈜백운은 최근 성주군 수륜면사무소에서 ‘KJ 가야컨트리클럽 조성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가야산 자락인 수륜면 백운리 해발 500m 지점 103만 m²(약 31만 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추진한다는 내용. 성주군은 4일 골프장 조성에 관한 공람을 마쳤다.
이 골프장은 1990년 이 회사(당시 이름은 가야개발)가 추진해 1994년 사업승인이 났다. 하지만 주민과 환경단체, 해인사 등이 반대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2003년 공원사업(골프장) 시행기간 연장허가 재신청을 불허 처분했다. 그러나 1996년 개정된 자연공원법 시행령 부칙에는 ‘법 개정 이전에 결정 고시된 경우는 공원사업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성주군 관계자는 “㈜백운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골프장을 적극 반대하는 쪽은 예정 용지에서 3.5km 떨어진 고령군 덕곡면 주민들이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농업용수 확보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덕곡면 16개 마을 주민들은 최근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저지 운동에 나섰다. 이 일대 주민 1500여 명은 벼농사와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주민대표들은 3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방문해 골프장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김창기 대책위원장(55)은 “지금도 농업용수가 부족한 마당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잔디 관리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물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골프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이 들어서면 청정 농산물로 이름 난 ‘덕곡딸기’와 ‘덕곡쌀’에 대한 이미지도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 주민들은 9일 고령읍 장날에 맞춰 군민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대구환경연합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립공원 안 골프장 건설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인사(주지 선각 스님)는 이 문제에 아직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계종 환경위원회와 불교환경연대,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등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을 보유한 해인사가 애매한 태도에서 벗어나 가야산 골프장사업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반대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주민들도 곧 해인사 주지를 면담할 예정이다.
㈜백운 관계자는 7일 “골프장 예정지는 과거 고령토 광산이었던 곳으로 특별히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물 사용도 주민 우려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성주군 관계자도 “골프장 관리 능력이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골프장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4월경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대구지방환경청의 최종 평가를 거쳐 올가을에 공사를 시작해 2012년 하반기에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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