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스마트폰, 강추!… 딸이 왜 졸랐는지 알겠네요”
스마트폰으로 더 가까워진 장형진 씨-윤다빈 양 모녀
《두 달 전까지 주부 장형진 씨(40·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게 ‘아이폰’은 제대로 쓰지도 못할 기능만 잔뜩 들어있는 값비싼 휴대전화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솔직히 바쁜 엄마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용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는 것이 장 씨의 생각. 하지만 딸 윤다빈 양(12·서울 신용산초 5)은 달랐다. 윤 양은 “친구들이 아이폰으로 신기한 걸 많이 할 수 있다고 하더라. 다이어리도 쓸 수 있고 인터넷으로 메신저도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엄마를 졸랐다.》 딸은 “교재-동영상 다운-전자사전 등 공부기능 무궁무진” 엄마는 “가계부-다이어리 쓰고 버스시간표 조회도 척척” “엄마∼” “응∼” 문자-사진 실시간 전송 ‘마음의 메신저’까지
아이폰을 이용하면 딸이 공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남편의 권유에 구입을 결심한 장 씨. 한편으론 아이가 자라면서 학습에 필요한 MP3플레이어,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 전자사전을 전부 사주는 것보단 이 모든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장 씨와 딸은 ‘아이폰 모녀(母女)’로 거듭났다.
기계치에 속했던 장 씨는 아이폰을 먼저 사용했던 남편으로부터 △전원 켜는 법 △아이폰을 관리하는 PC 프로그램 다루는 법 △아이폰에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법까지 배우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장 씨는 “남편이 몇 번씩 자세히 설명해줬는데도 기능을 하나하나 익히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큰 맘 먹고 산 스마트폰을 방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장 씨는 아이폰을 딸과의 ‘소통의 창’으로 활용하기위해 아이폰과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아이폰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된 장 씨.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아이폰으로 딸에게 첫 메일을 보냈다.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아이폰으로 엄마한테 메일 보내!’
동생과 사소한 이유로 싸운 윤 양은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난 후 며칠 동안 엄마와 ‘대화단절’ 상태로 지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열 번도 넘게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는 엄마가 무서워 차마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던 윤 양은 학원에서 쉬는 시간에 아이폰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윤 양은 ‘에버노트(아이폰 사용자끼리 실시간으로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로 엄마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제가 하지 말았어야할 일을 해서 엄마 맘을 속상하게 했어요. 미안해요. 엄마, 사랑해요.’
간단한 기능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있는 장 씨와 딸은 요즘 아이폰을 매개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스카이피(스마트폰끼리 전화와 문자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대화를 나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이폰에서 ‘오마이세프(요리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를 이용한다. ‘참치 샐러드’ ‘버섯 브로콜리스프’ 등 윤 양이 좋아하는 음식 조리법을 직접 찾아 확인하며 함께 요리한다. 장 씨가 요리를 하면 딸이 곁에서 아이폰을 보며 다음 요리법을 말해주는 식이다. 쉴 때는 함께 소파에 앉아 아이폰으로 윤 양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2PM’이나 ‘빅뱅’의 노래를 들으며 “이 노래 어때?” “엄마는 이 곡이 더 좋은데?”라며 대화한다.
에버노트는 모녀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문자와 사진을 함께 전송하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데 효과적이다. 일반 휴대전화가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 앨범에 저장한 뒤 컬러메일이나 전송기능을 다시 열어 사진을 보내야하는 것과 달리 촬영한 상태에서 바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지난 달 성당 캠프에 갔던 윤 양은 친구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 ‘지금 애들과 함께 놀고 있어요. 잘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엄마에게 보냈다. ‘지금 식당에서 밥 먹는데 너무 맛있어요. 엄마, 나중에 꼭 같이 와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음식사진을 찍어 보낸 적도 있다.
최근 모녀는 아이폰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윤 양은 요즘 ‘세계명화’ ‘세계문화’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전자책(e-book)을 읽는다. ‘십구단 정복하기’ ‘단어 암기장’ 등 학습용 게임 애플리케이션도 내려받았다. 장 씨는 “요즘 딸과 아이폰 게임을 즐기는데 푹 빠졌다”면서 “최근 아이폰으로 학습 교재와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져 활용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스마트폰에도 문제점은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데 아무 제한이 없다는 것. 아이들의 경우 계획 없이 이것저것 내려받으며 프로그램을 사용하다보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요금이 청구될 수 있다. 부적절한 애플리케이션도 아이들이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모로선 걱정거리. 이에 장 씨는 딸의 아이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온라인상의 계정을 자신의 것으로 등록시켰다. 윤 양이 받고 싶은 애플리케이션은 리스트를 만들어 장 씨에게 보여준 뒤 함께 검토하고 결정하는 것. 딸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데 불만을 갖지 않도록 장 씨는 딸이 관심 있으면서도 도움이 될만한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검색해 소개하기도 한다.
지난 달 윤 양이 생태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갔을 때의 일이다. 아이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프로그램으로는 사진에 제목을 달 수 없다. 박물관에 박제된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사진을 아이폰으로 찍은 윤 양. 제목을 바로 달지 않았더니 생김새가 비슷해 무엇이 어떤 동물인지 헷갈렸다. 고민을 들은 장 씨는 사진을 찍고 하단에 글을 입력할 수 있는 ‘어썸노트’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주었다.
“어려운 점을 해결해준 엄마가 멋져 보였어요. 아이폰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가족끼리 만든 인터넷 블로그에도 자주 들어갈 수 있어요. 아빠가 회사에서 글을 올리면 ‘○○님이 새로운 글을 올렸습니다’하고 문자가 와요. 엄마, 아빠가 내 맘을 더 잘 알아주는 것 같아 좋아요.”(윤 양)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