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예술위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한 지붕 두 수장’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8일 김정헌 위원장에게 적절한 예우만 갖추고 실권은 오광수 위원장에게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예술위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위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3시간의 격론 끝에 위원 일동의 이름으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예술위는 성명에서 “오늘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법적 지위 회복을 인정하고 그간 고통에 유감을 표명했다”며 “현 혼란을 수습하는 방안으로 두 위원장의 동반 사퇴안을 비롯해 전체 위원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예술위는 “기관운영의 지속성과 업무 수행의 원활을 기하기 위해 당사자인 오광수 위원장이 퇴장한 뒤 참석 위원 전원의 의결로 오 위원장이 기관 대표권을 포함해 업무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도록 결정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예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술위는 “두 위원장의 동반 사퇴 등 논의된 모든 제안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윤정국 예술위 사무처장은 “적절한 예우는 결재권을 제외하고 김 위원장이 요구한 비서와 차량 제공, 활동비 지급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오광수 김정헌 두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위원 중 해외 출장 중인 최정일 최상윤 위원 2명을 뺀 9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회의 1시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며 회의 결정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도중에 나오자 유진룡 위원(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쫓아 나와 설득을 했으나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회의장을 나온 직후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부당 해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면 나도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정헌 위원장은 2008년 12월 문화부에 의해 해임됐으나 최근 법원에서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뒤 1일부터 예술위로 출근해 결재권을 비롯한 위원장 권한 회복을 요구해 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