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땅이 국가에 환수된 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토지 임대료가 많게는 20배 이상 올라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8일 충남도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해 4월 친일파 한상룡의 후손이 소유해온 충남 아산시 배방읍 회룡1리(무학촌) 1만2848m²(약 3893평)를 환수한 뒤 이 토지에 살고 있는 25가구 주민들에게 지난해 4월 16일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1년간 임대료 4000여만 원(가구당 100만∼200만 원)을 부과했다.
환수 전 소유자에게 내던 임대료가 10만∼20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20배 오른 셈이다. 실제로 대지(566m²·약 171평)를 사용하는 조모 할머니(67)는 전에는 연간 임대료로 10만 원을 냈으나 이번에는 217만 원을 부과 받았다.
보훈처는 환수과정에서 못 받은 임대료를 이번에 회수하는 임대료 선납 규정에 따라 다음 달 임대 계약을 다시 하면서 추가로 받을 방침이어서 주민들은 한꺼번에 임대료 폭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주민이 고령인 데다 생계가 어려워 막대한 임대료를 낼 능력이 없는 만큼 국가가 환수 이전 수준으로 임대료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급증한 것은 보훈처가 국가 자산 임대료 산정방식에 따라 공시지가의 2%(거주지 기준)를 적용한 반면 이전 소유자였던 친일파 한상룡의 후손은 지인들인 만큼 임대료를 저렴하게 받아왔기 때문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대부분 환수재산이 임야여서 주민들이 살지 않은 데다 배방읍처럼 개발 여파로 공시지가가 급상승한 지역이 아니어서 그동안 친일파 재산을 환수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서는 임대료를 깎아줄 방법이 없지만 부담을 호소하는 만큼 대책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상룡은 일제강점기 한성은행장과 조선총력연맹장을 지낸 친일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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