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애호가인 김모 씨(53)는 지난해 11월 초 기원에서 만난 정모 씨(43)와 자주 바둑을 뒀다. 자신과 실력이 비슷해 재미가 났다. 점심내기 바둑을 두면 승률이 높아 기분도 좋았다. 같은 달 말 정 씨는 “이번엔 돈 내기 바둑을 두자”고 제안했다. 기원보다 후배 사무실이 좋겠다는 말에 부산 중구 부평동 한 사무실로 향했다. 1만∼5만 원을 건 바둑에서 김 씨가 수차례 이기자 정 씨는 “남자답게 50만∼100만 원짜리를 두자”고 말했다. 이때부터 정 씨 실력이 달라졌다. 거의 다 진 경기도 금세 뒤집기 일쑤였다. 김 씨가 이날 잃은 돈은 850만 원. 김 씨는 “갑자기 늘어난 실력이나 바둑알을 놓기 전 멈칫하는 게 수상하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 주변에는 공범 7명이 있었다. 이들은 짜고 사무실 형광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정 씨 귀에 지름 1mm가량의 무선 이어폰을 넣었다. 위층에서는 바둑 아마추어 1급인 2명이 모니터로 대국을 본 뒤 무전기로 “좌측 몇 번 줄”이라고 훈수를 뒀다. 노모 씨(50)도 같은 방법으로 이들에게 1100여 만 원을 잃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정 씨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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