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이 주택 수용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서대문구청장 비서실장을 구속한 데 이어 9일 현동훈 전 구청장(51)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부동산 비리를 둘러싼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현 전 구청장이 가지고 있던 수표에 대한 추적이 시작되는 등 검경의 칼날이 서대문구와 관련한 의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8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 전 구청장의 신병을 확보한 서울서부지검은 부동산 개발 청탁 등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9일 현 전 구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구청장은 재직 시절 부동산 개발용지 수용 등과 관련된 청탁을 들어주고 관련 업체 2곳에서 금품 1억여 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구속된 현 전 구청장의 측근 이모 전 비서실장(39) 관련 사건에 현 전 구청장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3일 구청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업무 서류를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현 전 구청장이 그동안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3년 서대문구 인사비리 사건과 관련해 자리에서 물러났던 당시 인사계장 유모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비서실장 신모 씨를 통해 현 청장에게 빌려준 2억여 원의 돈을 오랫동안 받지 못하다 고소까지 간 끝에 합의해 2007년에 1억 원을 받았는데 최근 우체국으로부터 그 수표를 검찰에서 조회했다는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뭐가 걸리는지 그 후로 계좌이체를 하지 않고 꼭 현금으로 돈을 갚아 처치가 곤란했다”고 덧붙였다.
2003년 인사비리는 당시 상모 서대문구 총무국장과 인사계장이 “인사에서 잘 봐 달라”며 비서실장에게 3000만 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밝혀져 3명이 기소됐던 사건이다. 당시 구청장에게까지 금품이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현 전 구청장이 “비서실장이 혼자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비서실장도 “내가 구청장 모르게 혼자 받은 돈”이라고 진술하면서 수사가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현 전 구청장에게 돈을 빌려준 정황만 드러났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최근 다시 검찰이 수표를 추적하는 것은 이 돈이 또 다른 뇌물에서 나왔을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 부서의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들도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북아현동 공원조성 공사와 관련해 검찰의 집중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특수수사대도 홍제천 공사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홍제천 공사는 650억 원 이상이 들어간 서대문구의 대형 프로젝트로 입찰 과정에서 공고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관련 의혹과 제보가 무성했다.
올 초부터 현 전 구청장이 거주하는 빌라 건으로 전현직 구청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비서실장 구속, 구청장 체포 등 연달아 사건이 터지자 직원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서대문구 직원 대부분은 “구청장이 물러나 직무대행 체제이기 때문에 구청장이 체포된 줄 몰랐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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