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신촌 기차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밀리오레 쇼핑몰. 액세서리 매장이 들어선 1층의 분위기는 여느 쇼핑몰과 다르지 않았으나 올라갈수록 상가는 확연히 한산해졌다. 2층 숙녀복 매장은 반가량 차 있었으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3층 스포츠 매장에는 운동화 매장 하나가 썰렁하게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4층은 올라갈 수조차 없었다. 점원들에게 요즘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 “보시면 알잖아요, 지금 장사가 되나.” 1층에서 여성 신발 매장을 운영하는 안모 씨(37)는 “점포주는 1억 원을 투자해서 한 달에 겨우 10만 원에서 20만 원을 가져가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곳에서는 현재 점포주와 시행사 간의 법정 공방도 진행 중이다. 처음 점포를 분양받은 상인들 중 일부가 예상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시행사를 상대로 과장광고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는 경의선 복선화작업 등의 광고에 있어 일부 허위가 있었음을 인정해 점포를 분양한 신촌 밀리오레업체가 점포 소유주 124명에게 188억 원의 분양대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근 이화여대 앞 APM 쇼핑몰. 이곳도 문을 연 지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입점률은 50% 정도였다. 상가 7개층에 총 1000개의 점포가 입점 할 수 있지만 현재 500개 정도만이 분양됐다. 이화여대 APM 관리사무소의 이인효 사무소장은 “연초인 지금이 원래 성수기이지만 입점을 문의해오는 전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 의류상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대문의 쇼핑몰 패션TV와 라모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빌딩 관계자는 “패션TV는 분양이 안돼 아직 쇼핑몰을 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라모도는 3년 전 쇼핑몰이 문을 열었지만 2개월이 지나 다시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비어가는 상가들’을 두고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을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김상일 박사는 “서울시의 경우 상업용 건축물에 대한 수요는 이미 총량적으로 다 찼다”라며 “어디선가 새로 상업용 건축물을 지으면 다른 곳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공급이 더 늘어날 예정이라는 것이다. 구로구 신도림동의 대성디큐브시티(22만9992m²·2011년), 영등포구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50만9525m²·2012년) 등 대형 상업용 건축물이 잇달아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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