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졸업식 뒤풀이, 이번엔 알몸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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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지역 중학생 사진-동영상 인터넷 유포… 얼굴 드러나 2차피해 우려
경찰 “피해-가해학생 전원 조사”… 선배가 강요 확인땐 처벌

중고교생들의 졸업식 뒤풀이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바닷물 빠뜨리기, 옷 벗기기 폭행에 이어 ‘남녀 알몸 뒤풀이’까지 등장한 것이다. 경찰은 알몸 뒤풀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15일 경기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고양시 모 중학교 남녀 졸업생 15명과 이 학교 졸업생인 선배 고교생 20명은 이른바 ‘졸업빵(뒤풀이)’을 하기 위해 학교 근처 공터에 모였다.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졸업생들은 속옷까지 모두 벗은 채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받았다. 또 알몸 상태로 눈 쌓인 공터 위에서 옆으로 구르기를 하거나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등 이른바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교복과 비옷 차림의 선배들은 마치 즐기는 듯 이들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다. 문제의 뒤풀이 사진과 동영상이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은 13일 오전 3시경. 곧바로 개인간(P2P) 파일공유사이트 등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기 시작했다. 40여 장의 사진과 동영상에는 알몸 상태인 남녀 학생들의 얼굴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급기야 경찰은 알몸 뒤풀이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우선 사진 속에 알몸으로 등장한 학생 중 여학생 4명과 남학생 3명 등 7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졸업식 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졸업빵’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선배들한테 혼날까봐 나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나머지 8명의 피해 학생 조사를 마친 뒤 20명의 가해 학생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만약 뒤풀이를 강요하거나 성추행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또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뒤풀이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 가해 학생의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주에서는 졸업식을 마친 여고생들이 선배들의 강요에 못 이겨 속옷 차림으로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또 서울 금천구에서는 남녀 학생 20여 명이 여중생 1명의 옷을 벗기고 온몸에 케첩을 뿌리는 등 전국 곳곳에서 도를 넘은 졸업식 뒤풀이가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고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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