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강원 화천학습관 희망을 배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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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수험생 16명중 15명 4년제大합격… 숙식교육 큰 효과
“실력 느는게 보여”… 인재 유출 막고 사교육비 절감도

강원 화천학습관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아래는 기타 동아리 학생들이 기타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화천군
강원 화천학습관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아래는 기타 동아리 학생들이 기타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화천군
11일 오후 강원 화천군 하남면의 화천학습관은 학생들의 공부 열기로 뜨거웠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율학습실과 고교 3학년 교실, 인터넷 강의실 등에서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은 화천군 중3∼고3 학생 64명이 숙식하며 특별 학습을 하는 곳. 모든 운영비는 화천군이 부담하고 학생들은 식비만 낸다.

화천학습관은 화천군이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2008년 8월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화천학습관의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학습관 출신 고3 수험생 16명 가운데 15명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1명이 개인 사정으로 진학을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합격률은 100%나 다름없다. 서울 명문 사립대를 비롯해 수도권 대학에 9명, 지방 국립대 등에도 고루 합격했다. 도시 지역 명문고에 비하면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화천지역 입학 성적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예년 화천군 4개 고교의 수도권 대학 합격자는 2, 3명에 불과했다. 학습관 학생이 많은 화천고는 이번 대입에서 졸업생 52명 가운데 32명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해 1994년 개교 이래 최고 성과를 거뒀다.

학습관 학생들의 실력 변화는 등급 향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학습관이 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들의 성적 변화를 조사한 결과 2008년 입교 때보다 평균적으로 언어 0.92등급, 수학 0.75등급, 외국어 1.08등급이 향상됐다. 고려대 인문학부에 합격한 서모 양(20)은 입교 당시 3개 과목이 3, 4등급이었지만 이번 수능에서 모두 1등급으로 올랐다. 2008년 입교한 이하람 군(18·화천고2)은 “학습량이 많은 데다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다 보니 실력이 는 것 같다”며 “서울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학습관은 설립 취지대로 지역 학생들의 외지 유출을 막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화천 관내 3개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상위권 학생 대부분이 인근 춘천지역 고교로 진학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화천군에 따르면 올해 관내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상위 10%에 해당하는 학생 모두가 화천고를 비롯한 관내 고교에 진학했다.

화천학습관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오후 7∼11시 별도 수업을 받는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심이고 1주일에 2회씩 기타 과목 수업이 진행된다. 주말에는 각자 부족한 과목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방학 때도 마찬가지. 쉬는 날은 격주 일요일뿐이다. 학생 지도를 위해 국영수 교원 자격증 소지자 4명이 전임 교사로 근무하고, 다른 과목은 시간강사 4명이 맡는다. 학습관 생활을 지도하는 사감도 2명 있다. 화천군은 스파르타식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말에는 음악 영화 운동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권장하고 매달 한 차례 저명 인사 특강을 마련하고 있다.

조경근 화천학습관 교무부장은 “매년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열의도 뛰어나 2, 3년 뒤에는 놀랄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학습관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새로운 공교육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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