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계인의 술로/1부]<3>보고 빚고 마시는 문화체험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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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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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멋 따라 맛 찾아… 막걸리 한사발에 전통의 향기 듬뿍

《프랑스 ‘와이너리 투어’처럼 전통술과 문화를 접목한 관광상품이 국내에서도 선보인다. 전북 전주시가 막걸리와 전통문화를 결합해 선보이는 ‘전주 막걸리 투어’가 바로 그것. 전주시는 막걸리 제조공장, 한옥마을, 술빚기 체험 등을 포함한 관광상품을 3월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전주시가 막걸리 투어 개발에 나선 것은 막걸리에 전통문화를 접목시킴으로써 막걸리의 세계화와 함께 새로운 관광수요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전주시는 “국내외에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으로 충분한 토대는 마련됐다”며 “여기에 전주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를 결합해 국내외 관광객 대상의 ‘음식관광’이라는 분야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이나 사케 등에 비해 ‘문화상품’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막걸리가 관광상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프랑스 와인투어처럼” 전주시 내달 첫선
술박물관서 누룩 빚어보고 전통 막걸리집 찾아
진수성찬에 한사발 쭉…한옥마을서 숙박도 가능

○ 막걸리와 전통문화의 결합

전주 막걸리 투어는 막걸리 공장-한지박물관-한옥마을-술박물관-막걸리타운을 잇는 코스로 구성된다. 시작은 전주 인터체인지 근처에 위치한 전주주조의 전주모주막걸리공장 견학. 1936년부터 100% 우리 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빚어 온 전주주조는 지난해 9월 50억 원을 들여 8200여 m² 규모의 현대식 공장을 마련했다. 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은 공장에 들러 막걸리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방금 나온 막걸리를 시음해 볼 수 있다. 이 회사 하수호 사장은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면 자동화 설비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새로 공장을 마련했는데 완공 이후 전주시에서 막걸리 투어 코스에 포함시키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며 “우리 막걸리 알리기에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아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전주시 조영호 관광홍보팀장은 “프랑스 와이너리가 포도밭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원료인 쌀을 수확하는 논으로 둘러싸인 막걸리 양조장도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객들은 전주한지박물관에 들러 한지를 테마로 한 다양한 전시를 둘러보고 직접 한지 만들기를 체험하게 된다.

전주비빔밥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나면 다음은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볼 차례.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가 족히 걸린다”는 전주시의 설명처럼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는 한옥마을에는 강암서예관, 최명희 문학관, 공예품전시관, 전동성당, 한방문화센터, 전주시공예명인관 등 둘러볼 곳이 다양하다.

○ 보고, 먹고, 해 보고…

막걸리를 테마로 한 투어에 술 빚기가 빠질 수는 없는 일.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주전통술박물관에 들러 전통술의 기본재료인 누룩을 직접 빚어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전주시는 “1인당 8000원만 내면 1시간 동안 직접 누룩을 만들어 볼 수 있다”며 “누룩 빚기 외에도 소주 내리기, 막걸리 거르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전주 막걸리집 탐방. 한 주전자에 1만2000∼1만5000원만 내면 한 상 가득 딸려오는 푸짐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 조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막걸리 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났고 전주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은 100여 곳 이상이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하루 일정의 막걸리 투어에 참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3만 원가량(교통비 제외). 일정이 허락한다면 한옥마을에서 하루 묵고 전주영화종합촬영소나 무주리조트 등 주변 관광지에 들를 수도 있다. 전주시는 교통표지판을 일제히 정비하는 한편 한옥마을에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관광정보를 알려주는 키오스크를 곳곳에 설치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일본어로 된 ‘전주 막걸리 지도’도 만들었다.

○ 막걸리 체험? 곳곳에 있다!

막걸리를 빚는 과정을 둘러보고 직접 빚을 수 있는 곳은 더 있다. ‘이동막걸리’로 유명한 경기 포천지역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비정기적으로 공장을 개방해 관광객들이 직접 생산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의 북촌문화센터는 3월 2일부터 3개월 과정으로 ‘전통주 빚기 강좌’를 연다. 초급반은 15만 원, 고급반은 20만 원(재료비 별도). 정월대보름인 이달 27일에는 귀밝이술 시음행사가 있고 추석에는 젯술 빚기 체험 과정도 열린다.

가족 단위로 직접 술을 빚어보고 싶다면 배상면주가에서 진행하는 ‘산사원 술빚기 체험’에 참여해도 좋다. 전통주인 산사춘을 만드는 경기 포천시 산사원에서 막걸리와 과실주를 직접 빚어 볼 수 있다. 약 2시간가량 걸리는데 2인 이상만 되면 연중 아무 때나 직접 술을 빚어 볼 수 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초기에는 큰 인기가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막걸리 붐을 타고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전통주 동호회원은 물론이고 일본에서 건너온 관광객들도 알음알음 신청할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산업부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국 막걸리 돌풍, 올해도 이어진다▼
1월 수출액 75만 달러… 작년의 5.7배로 껑충


새해에도 해외의 막걸리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막걸리 수출액은 75만1000달러(약 8억6400만 원)로 지난해 같은 달(13만1000달러)과 비교해 5.7배로 늘었다. 수출량은 806t으로 같은 기간 6.8배로 늘었다. 1월 막걸리 수출액은 월 단위로는 지난해 12월(120만2000달러), 2008년 12월(86만2000달러), 지난해 11월(82만9000달러)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에 대한 수출액이 46만6000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18만7000달러), 중국(4만5000달러), 베트남(3만4000달러), 싱가포르(7000달러) 등의 순이다.

막걸리 수출액은 소주와 맥주의 수출액에 미치지 못하지만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막걸리 수출액은 소주 수출액(543만4000달러)의 13.8%, 맥주 수출액(256만7000달러)의 29.3%였다. 지난해 1년 동안 막걸리 수출(627만7000달러)이 소주(1억1293만1000달러)의 5.6%, 맥주(4183만1000달러)의 15.0%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많이 줄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이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막걸리 인기가 꾸준하다”며 “이 때문에 1월 포도주 수입이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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