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파주시-軍, ‘반환 미군기지’ 활용 방안 싸고 첨예한 대립

  • Array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생태 평화벨트로” vs “수색부대 꼭 필요”
市, 막사 건축신청 거부… 권익위원장 중재도 허사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기지들은 지역 개발의 장애물로 여겨져 주민들은 하루빨리 한국 정부로 반환되는 날을 손꼽아 왔다.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캠프 그리브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7년 한국에 반환되면서 파주시와 주민들은 다양한 활용방법을 구상하는 등 낙후된 지역발전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부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주시와 군 당국이 갈수록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의 갈등사례들을 해결해 내고 있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까지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을 정도다.

○ 생태평화벨트 대 경계부대 주둔

파주시는 25만 m²(7만5758평)인 캠프 그리브스의 주변 61만7000m²(18만6641평)까지 포함해 모두 86만7000m²(26만2399평)를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벨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징성이 있으므로 미군이 떠난 자리를 원형 보존해 역사성을 살리고 앞으로 남북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류화선 파주시장은 17일 “남북 분단의 상징성은 물론 임진강변의 수려한 경관이 어우러진 지점이라 정부가 추진하는 DMZ 생태평화벨트로 활용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며 “군 당국이 다른 곳에 부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군 당국은 작전상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대대급 경계부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 관할 부대장인 신현돈 육군 1사단장은 16일 이재오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략적 요충지라 대대급 수색대대가 주둔해야 하며 그에 필요한 병영을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주시는 경계부대를 다른 곳에 짓겠다면 필요한 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까지 내놨지만 그리브스 터가 필요하다는 군 당국의 방침은 완고하다. 군 당국은 막사를 짓기 위해 지난해 파주시에 3차례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파주시는 ‘집단민원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번번이 반려했다. 각종 개발행위 때 군 당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파주시에서 군 부대의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군 당국은 1월 5일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이재오 위원장이 해결할까?

전국 각지를 돌며 해묵은 지역 민원을 해결해온 이 위원장은 16일 오후 현장을 방문해 양측의 주장을 듣고 절충안을 내놓았다. 파주시 주장대로 원형을 보존해 파주시가 활용하면서 군 작전이 용이하도록 민통선의 위치를 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작전상’ 수색대대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중재는 일단 무산됐다.

권익위는 이 내용을 다시 검토해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한 뒤 새로운 중재안을 양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해결사’로 불리는 이 위원장이 첨예한 캠프 그리브스 논란을 잠재울지 주목되고 있다.

또 다른 반환 미군기지인 파주시 월롱면 캠프 에드워드는 환경오염 치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감정평가를 끝내고 이화여대 캠퍼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민간 소유 터 매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또 조리읍 캠프 하우즈 터는 주거, 상업 등 복합시설이 들어서도록 민간 기업이 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캠프 그리브스가 군부대와 갈등을 빚으며 활용방안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고 문산읍 캠프 자이언트와 광탄면 캠프 스탠턴 등은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던 대학 유치가 최근 무산돼 다른 활용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