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국민은행 IT팀장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금감원 과잉조사? 업무 스트레스?
1차 자살 실패후 한강 투신… 유족들 “격무 시달렸다”
금감원 고강도 조사에 울기도… 금감원장 “모욕 준 적 없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한강에 빠진 채 발견된 국민은행 IT팀장 노모 씨(47)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 씨의 죽음이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과잉 검사’ 때문이라는 의혹에서부터 은행의 새로운 통합전산망 구축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성 자살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계속 불거지는 의혹에 경찰도 노 씨의 죽음과 금감원 검사가 연관성이 있었는지 등을 새로 조사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사건은 15일 오전 9시경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물에 빠져 사망한 노 씨 시신이 발견되면서 비롯됐다. 그는 이날 새로 개통하는 국민은행 전산망 개통 작업 때문에 설 연휴도 반납하고 동료들과 며칠간 합숙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당시 “부검 결과 별다른 외상이 없었고, 시신 발견 몇 시간 전에 노 씨가 칼로 손목을 긋는 등 자살 시도를 했다”며 사인을 자살로 추정했다. 자살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4개월 전부터 격무에 시달렸다는 유족의 증언에 따라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노 씨가 지난달부터 금감원의 국민은행 종합검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다시 한 번 노 씨 자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 씨는 금감원에 제출할 검사 자료 때문에 수차례 금감원 직원들을 만나 조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망 구축 사업으로 바쁜 상황에서 금감원 자료 제출까지 담당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게 주위의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 씨와 금감원 검사 담당 직원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노 씨가) 원래 완벽주의자고 내성적인 성격인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후 울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는 지난해 12월 사전검사 단계부터 논란이 됐다.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운전사를 조사하면서 ‘과잉 조사’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사전조사 후 강 회장이 내정자 지위에서 물러나면서 ‘관치(官治) 금융’ 공방으로 이어졌다. 본검사에 착수한 후에는 국민은행이 작성한 수검일지가 유출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금감원은 “수사 의뢰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으름장을 놨고 국민은행은 관련자를 징계하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은행 직원 자살 사건과 금감원 검사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사 과정에서 모욕적인 언사가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노 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15일 시신 발견 당시에는 타살인지 자살인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며 “앞으로 노 씨 자살에 금감원 조사가 영향을 끼쳤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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