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죽어라 준비해도 취업 힘겨워…불안하지만 당당히 맞서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대구대 오늘 졸업 12명, 홍덕률 총장에 심경 토로

홍덕률 대구대 총장(가운데)이 17일 대학본관 16층 식당에서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홍덕률 대구대 총장(가운데)이 17일 대학본관 16층 식당에서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취업 걱정 때문에 일부러 학점을 덜 취득하고 한두 학기 더 대학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대학 졸업식은 이어지고 있다. 학사모를 쓰고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17일 오전 대구대 본관 16층 식당에서 홍덕률 총장은 19일 졸업하는 학생 12명과 대학생활을 돌아보는 조촐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 학생의 전공은 영어영문, 가정복지, 기계공학, 전자공학, 중국학, 유아교육, 국어교육, 산업복지, 법학 등이었다. 대학 4년을 마치고 새 출발선에 선 학생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들 중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한 학생은 대구의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유아교육과 고미진 씨(24·여)뿐이었다. 나머지 학생 중 공과대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과 중국 출신 학생 2명은 대학원에 진학한다.

전자공학부를 졸업하는 김재원 씨(27)는 4년 동안 눈에 띄는 경력을 쌓았지만 아직 취업을 못했다. 김 씨는 활발한 국내외 봉사활동 등으로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으며, 미국 대학 교환학생과 어학연수 등으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18일 한 공기업의 인턴면접을 본 그는 “상반기 기업 공채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학생활을 후회 없이 보내 취업에도 자신이 있지만 졸업이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아 조급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목을 다쳐 지체장애 1급이 된 곽종철 씨(37·산업복지학과)는 더 막연한 상태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중증장애인을 위한 취업정보도 거의 없고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이 자리에서 졸업생들은 “대학생에게 패기와 열정 같은 게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 쉽지 않은 취업 상황에다 학생 스스로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나름의 진단도 내놨다. 그래도 김신혜 씨(25·여·중국학과)는 “불안하지만 세상과 당당히 대결하겠다”고 했으며, 중국인 유학생 우쉐퉁 씨(27·전자공학과)는 “중국에서도 취업이 갈수록 어렵다. 학업에 몰두해 박사과정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에 취업한 김미애 씨(26·여·영어영문학)는 “취업해 보니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일기 쓰기부터 시작해 계획성 있는 대학생활을 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졸업생들의 이 같은 이야기는 취임 4개월째인 홍 총장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홍 총장은 특히 대학생에게 ‘도전정신’이 줄어드는 분위기를 많이 걱정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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