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의회가 19일 청주-청원 통합안을 부결시켰지만 정부는 주민 의견에 반대되는 결정이라며 계속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시작된 행정구역 자율통합은 통합을 건의한 18개 지역 중 6곳을 통합 대상으로 선정한 이후 지금까지 성남권과 창원권 등 두 곳이 통합을 결정했다.
경기 수원시의회가 이날 ‘수원, 화성, 오산시 행정구역 자율통합안’을 시의원 36명 전원의 찬성 의견으로 의결했지만 화성시의회와 오산시의회 의원 대다수가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3개시의 통합은 불투명하다. 행정안전부는 청주-청원 통합 절차를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 막대한 인센티브 박차고 반대한 이유는?
그동안 청원군의회 의원들은 “통합 여부를 의회가 결정하는 데에 큰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주민투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아예 통합안을 부결시키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주-청원 통합 시 4개 행정구청 청원지역에 설치, 10년간 추가로 지원되는 지방교부세 2523억 원과 절감되는 예산 1957억 원 청원지역에 집중 투자 등 정부의 총력 지원과 통합이행방안 약속도 청원군의회의 ‘반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청원군민들의 통합 찬성률이 높게 나왔는데도 군의회가 반대를 의결함에 따라 여론의 뭇매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통합 무산 직후 “대다수 군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한 최악의 결정”이라며 낙천·낙선 운동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정부, “주민 의사 반영해 통합한다”
행안부는 충북도의 여론조사 결과 청원군민의 통합 찬성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청원군의회가 주민 의견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청원군민의 의사에 반한다”며 “청주-청원 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종인 행안부 자치제도기획관은 “주민 65.9%가 찬성하는 사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키는 청원군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주민 여론조사를 한두 차례 더 실시한 뒤 그 결과와 그동안의 통합 진행 과정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통합시 설치법안에 청주-청원을 추가하는 방안과 의원입법 형태로 청주-청원 통합시 설치법안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놓고 국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22일 충북도의회의 통합안 의결 결과가 나온 후 청주-청원의 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통합 추진 과정의 명암
이번 지자체 통합 대상 지역에서는 다양한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경기 성남시에서는 숙원인 고도제한이 가장 먼저 거론돼 정부에서 이를 수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양주시는 구리시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으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지역개발사업 추진과 교통인프라 구축 등을 정부에 강하게 전달하면서 통합 논의 이전보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하지만 청원군을 비롯한 몇몇 대상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에 동참했다가 적발돼 행안부와 갈등을 빚었다. 성남시의회는 통합안을 의결하면서 의원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에서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게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물리적 통합이어서 성과를 내는 데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청원=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