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와우, 명품교복을 단돈 1만 원에”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교복에 대한 중고생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교복광고에 나오면 해당 브랜드 교복을 ‘불나비’처럼 따르며 무조건 사던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다. 신세대 중고생은 약다. 지혜롭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원단과 소재인지, ‘사이즈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를 꼼꼼히 따진다. 이런 이유로 ‘교복 알뜰장터’나 ‘교복은행’을 찾는 학생이 늘고 있다. 비교적 좋은 품질의 교복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서울 성동구청 1층 로비에서 열린 ‘사랑의 교복 나눔장터’ 현장. 사진 제공 성동구청
18일 서울 성동구청 1층 로비에서 열린 ‘사랑의 교복 나눔장터’ 현장. 사진 제공 성동구청

“아줌마, 이거랑 똑같은 치마 68사이즈 하나 더 없어요? ○○○ 브랜드 거요.”(강모 양)

“벌써 애들이 오전에 많이 사가서 거의 없지. 그거 하나 찾은 것도 참 대단하다. 저쪽에도 치마 있으니까 잘 찾아봐.”(자원봉사자)

18일 오후, ‘사랑의 교복나눔장터’가 열리는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1층 로비.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강모 양(14)은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강 양이 애타게 찾는 것은 한 교복업체에서 나오는 일명 ‘요술공주 스커트’. 허리 양쪽에 버튼이 달려 있어 허리사이즈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기능성 교복이다. 최근 급격히 몸이 불면서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교복이 절실해진 강 양.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새로 살 엄두가 나지 않던 터였다. 멀쩡한 교복치마가 두 벌이나 있는데 4만∼5만원을 주고 새로 사느니 ‘차라리 살을 빼지’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서 바자회나 중고 교복마켓에서 기능성 치마를 ‘득템’(컴퓨터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세대 은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 양. 교복나눔장터 시작 한 달 전부터 구매를 계획했고 결국 원하던 교복을 한 벌 구입했다. 강 양은 “예전에는 바자회에 나온 교복들은 중고라 무조건 별로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면서 “의외로 깨끗한 데다 잘만 찾으면 ‘명품교복’을 1만 원도 안 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싹 달라졌다”고 했다.

이날 성동구청 1층 로비는 교복을 고르는 300명가량의 학부모와 학생으로 붐볐다. 사랑의 교복나눔장터는 성동구청과 인근 8개 중학교가 함께 기획한 것. 학부모들은 ‘혹시 실밥이 풀린 것이 있는지’ ‘헤진 부분이 없는지’ 교복 스커트와 바지를 살피고 또 살핀다. 학생들은 같은 교복을 몇 번이고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며 자신에게 꼭 맞는 사이즈와 스타일인지를 가늠해본다. 이날 판매된 교복 스커트와 조끼의 가격은 1000원. 가장 비싼 교복 상의도 3000원을 넘지 않았다.

자신만의 특별한 스타일로 교복을 ‘개조’하기 위해 중고교복을 구입하는 학생들도 있다. 오랫동안 남자친구가 없었다는 중2 허모 양(15)은 이날 치마 두 벌과 조끼 하나를 구입했다. 예뻐 보이기 위해 교복을 개조하기로 결심한 허 양이지만, 한 벌에 3만∼4만원 하는 교복 조끼와 스커트를 새로 구입해 개조하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교복나눔장터에서 중고 교복을 값싸게 구입한 허 양은 곧바로 세탁소로 달려가 치마폭과 길이를 2cm 이상씩 줄이고 조끼의 허리라인도 ‘타이트’하게 줄였다. 교복 개조에 들어간 비용은 1만 원. 교복구입비(7000원)보다 많은 돈을 개조에 쓴 것이다.

“일반 교복매장에서 필요한 걸 다 사려면 20만원은 써야 해요. 비싸게 구입한 새 교복에 ‘가위질’을 하면 아깝잖아요. 큰돈 들여 사주신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중고 교복은 제 용돈으로도 살 수 있고 맘 편히 개조할 수도 있어서 좋아요(웃음).”(허 양)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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