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만의 자랑 ‘학생과 소통하는 진정성’
온라인과 결합시켜 전혀 새로운 교육 열 것
여름까진 온라인 강의 첫 작품 선보일 계획
《지난해 10월 청솔학원이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오프라인 전문학원과 온라인 교육기업이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향후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합병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변화의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궁금했다. 통합 회사 경영진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김형중 이투스청솔의 대표(사진)를 17일 만났다.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건물입구에 도착하자 ‘ETOOS’라고 쓰인 커다란 영문 간판이 눈에 띄었다. 다소 낡은 오프라인 학원의 이미지를 벗고 젊고 진취적인 교육업체를 지향하겠다는 김형중 대표의 의지가 드러난다.
재무, 총무, 인사, 법무팀 등 경영관리직원 30여 명이 근무하는 건물 8층에서 김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독립적인 대표실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방이 트인 8층 한구석에 대표의 책상이 있었다. 이투스와 청솔학원을 통합해 열린 마음으로 하나의 교육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다.
“업계에서는 온라인을 잘 모르는 재수종합학원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둘이 합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반응이다. 이에 대한 대표의 생각은?” 첫 질문에 김 대표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심하고 있다니 다행인데요? 하지만 저희가 어설프게 가려고 합병했겠습니까?”
김 대표는 이투스를 인수합병하면서 이투스에 소속된 강사 48명, 직원 130여 명 등 180여 명의 직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당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직원들의 불안감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이를 먼저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평균 연령이 약 30세인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주 화, 목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팀별 혹은 부서별이 아닌 사원, 대리, 부장 등 직급별로 7, 8명씩 모여 대표와 만난다.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진짜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인터뷰 당일, 김 대표의 목소리는 거의 쉰 상태였다.
“입시설명회 하듯 전 직원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대표가 회사의 비전을 이야기하면 과연 직원들의 마음에 와 닿을까요? 처음엔 어색해서 연예인에 관한 가십으로 분위기를 풀어요. 그렇게 얼굴과 이름을 알고 생각을 물으면서 한 회사의 식구가 되는 거죠.”
김 대표는 직원과의 소통의 방식을 강사, 원장 시절 학생들을 지도했던 방식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재수종합학원 담임을 할 때다. 김 대표는 모의고사가 끝나고 일주일 안에 반 모든 아이들과 일대일 상담을 했다. 한 반에 50명일 때 이야기다. 김 대표가 가르치던 한 재수생이 학원에 10일 동안 나오지 않고 학생과 연락이 되지 않자 어머니를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결국 보름 만에 학생을 학원으로 끌고 왔다. 학생은 그해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에 합격했다.
“학생을 가둬두고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까요? 정답을 고르는 기술을 알려주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까요? 아닙니다. ‘나는 이래서 공부를 해야 해’ ‘이렇기 때문에 공부해야 해’를 스스로 깨쳐야 합니다. 이 답을 찾고 나면 성적이 정말 제대로 오릅니다. 그 역할까지 선생이 해야 합니다.”
처음 청솔학원을 운영할 때 김 대표와 동료 강사들은 오전 7시 반∼오후 10시 정규수업시간 내내 학생들과 함께 있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관리가 철저한 학원이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고등 오프라인 학원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많은 학원이 청솔학원의 치밀한 관리 시스템을 모방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생각하는 관리는 시간 혹은 학습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강사들에게 오전 7시 반∼오후 10시 학생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규정을 없앤 지금도 이는 자연스러운 청솔학원의 문화와 정신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청솔학원의 정신을 이투스와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를 통해 메가스터디가 만들어놓은 업계의 시장 질서를 바꿔야 합니다. 시장의 판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지요. 입시 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학습 환경도 변하고 있어요. 바뀐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시장의 지배자가 돼야 합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투스청솔은 바로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곧 우리의 정신이니까요.”
김 대표는 청솔학원에서 검증된 ‘진정성’을 온라인 교육 사업을 통해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학생을 위한, 학생과 통하는 교육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이투스청솔의 교육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네임도 고민한다. 제대로 된 카드가 나오면 청솔도, 이투스라는 이름도 버릴 수 있다.
아이들의 실력과 성적을 올려주는 강의가 아닌 유명세와 마케팅만 있는 스타강사의 강의는 지양한다. 인기에 영합하는 강의는 장사는 되지만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단기적으로는 올여름까지 고등학생이면 반드시 거쳐야 할 ‘수학의 정석’ ‘성문종합영어’와 같은 온라인 강의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현장(청솔 오프라인 직영학원)에서 학생과 소통하며 축적해온 이투스청솔만의 경쟁력을 100%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기획 방향과 아이디어에 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본질은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고 그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들과 이들을 지원할 사람들입니다. 아이들과 소통했던 힘으로 이투스청솔을 이끌 계획입니다. 뭐가 그렇게 다릅니까. 모르면 배우지요. 그럼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웃음)” 처음 던졌던 질문에 대한 김 대표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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