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시각장애인이 전문학사학위를 받는다. 또 네 자매가 차례로 동문이 되기도 했다. 올해 졸업 시즌에도 캠퍼스는 화제로 풍성하다.
○ 환갑 나이에 처음 학교 문턱 넘어
23일 오전 충남 당진군 신성대 학위수여식에서 복지행정과를 졸업하는 유덕열 씨(61)는 어린시절 원인 모를 병으로 시각장애인(1급)이 됐다. 부친이 일찍 세상을 뜨고 형님은 돈을 벌겠다며 객지로 나가 고향인 예산군 삽교읍에는 홀어머니와 둘만이 남았다. 하지만 자신도 19세 때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갔고 돈벌이기 된다는 말에 산중에 들어가 역학을 배워 서산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제대로 권리를 찾지 못하는 동료들을 위해 1988년 시각장애인협회 서산지회를 창립했다. 1993년에는 시각장애인연합회 충남지부장을 지냈다. 마침 그해부터 연합회 차원에서 검정고시반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부를 시작해 초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2008년 신성대 입학을 앞두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그로서는 최초의 학교였기 때문이다. 강의내용을 녹음해 집에서 들으며 공부를 했다. 유 씨는 2년의 대학생활 동안 서산에서 당진까지 통학을 도와준 같은 학과 과대표 김연구 씨(58·제일떡집 대표)와 전병주 부대표(33)를 잊을 수 없다.
“졸업하는 심정도 입학 때처럼 떨리고 설레네요. 기회가 된다면 방송통신대에서 공부를 더 할 생각입니다.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해 복지서비스에도 기여하고 싶고요….”
네자매 대학동문 나왔네
아산 순천향대… 어머니엔 ‘자랑스러운 어버이상’
○ 네 자매, “우린 대학 동문”
최근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를 졸업한 박희윤 씨(23·컴퓨터공학 전공)는 언니들을 만나면 수다가 많아진다. 모두 같은 학교를 졸업해 캠퍼스 생활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언니 희숙 씨(34)는 간호학과, 둘째 희은 씨(32)는 컴퓨터학전공, 셋째 희민 씨(27)는 정보통신공학과를 나왔다. 희숙 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공도 비슷하다. 희은 씨는 웹마스터, 희민 씨는 웹디자이너이다. 희윤 씨는 졸업과 동시에 아산시의 유망 기업에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취업했다.
자매들은 교양서적을 대물림하며 공부했고 전공이 비슷한 자매끼리는 학업에 대한 경험도 나눴다. 아버지 박병갑 씨는 “15년간 아이들을 통학시켜주면서 캠퍼스가 익숙해졌는데 막내를 졸업시키고 나니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며 “취업 대란 속에서도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수 있게 해준 학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손풍삼 총장은 “네 딸을 훌륭하게 뒷바라지한 부모님께 학교가 감사드려야 한다”며 학위수여식에서 박 씨와 어머니 이순희 씨에게 ‘자랑스러운 어버이 상’을 수여하고 종합건강검진권 두 장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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