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학교별 수능 원점수 공개하라”

“정보 알려 교육 개선해야”
학업성취도 평가는 비공개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존재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교육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교별 수능 성적 공개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판결로, 앞으로는 수능 성적이 좋거나 나쁜 학교의 실명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5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이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옛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두 정보를 다 공개하라”는 항소심 판결 중 일부만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적자료 공개로 인한 부작용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능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 간 서열화나 사교육 심화 등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학력 격차가 엄연히 있고 이미 사교육 의존이 심화한 현실에서 시험 정보를 연구자에게 공개해 현실 개선에 활용하게 하는 게 정보공개법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학생 및 학부모도 학교 선택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다른 학교들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유도해 효율적인 학교 모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성광 교육과학기술부 인재기획분석관은 “대법원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언제, 누구에게, 어떤 절차를 거쳐 공개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표본조사 방식으로 치러지는 학업성취도 평가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교육청과 학교가 부담을 느껴 자발적으로 평가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고, 교사들이 평가 결과에 매달리면 평소의 학습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인천대 교수 시절이던 2005년 수능 성적 원자료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공개를 청구했으나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심화 우려를 들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