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국민학교를 졸업한 지 70여 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 냉천마을 최세태 옹(83)은 27일 임실 미래중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장과 함께 새마을금고지점장상을 받는다.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모두 대학 공부까지 시키느라 허리 펼 새가 없이 살았지요.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알지 못하면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80이 넘은 나이에 중학교에 갈 생각을 하게 됐지요”
최 옹은 2008년 임실에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미래학교가 문을 연다는 말을 듣고 입학했다. 이 학교는 농촌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초중고교 학력 인정학교. 1년 3학기로 2년 만에 중학과정을 마친다.
그는 영어가 가장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달력에 나온 요일이나 월, 길거리 이정표에 적힌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되니 평생 느껴왔던 답답함이 풀리는 느낌이다. 담임 이민경 교사(27)는 “지난해 허리 수술을 해서 몸이 불편하신데도 가장 먼저 학교에 나와 교실 청소를 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영어단어를 외울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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