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맞다, 책에서 본 단어!”…영어원서는 스펠링비 최고 교재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싸이코우-어낼러시스…. 싸이코우어낼러지스….”
단상에 선 소년은 여러 차례 제시된 단어의 발음을 반복했다.
“May I have the definition, please(정의를 말씀해주시겠어요)?
Can I have it in a sentence, please(문장에서 그 단어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잠시 후 소년은 “싸이코우어낼러시스”라고 다시 한 번 읊조린 후 천천히 “p, s, y, c, h, o, a, n, a, l, y, s, i, s”라고 말했다.
내셔널 스펠링비(NSB) 출제위원인 베일리 박사가 “The correct spelling is p, s, y, c, h, o, a, n, a, l, y, z, e(바른 답은 p, s, y, c, h, o, a, n, a, l, y, z, e입니다)”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선 탄식이 터졌다.
단어의 ‘몸통’을 알고도 품사와 발음을 헷갈려서 틀렸던 것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 대회에 참가할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2010 내셔널 스펠링비’가 열린 23일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관. 최고의 스펠러(Speller·스펠링비 대회 참가자를 이르는 말)를 꿈꾸며 대회에 참가한 초중학생 96명의 쟁쟁한 어휘력 대결이 펼쳐졌다.
옳은 철자를 말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하고 통과한 학생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대회는 14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주최한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후원사인 윤선생영어교실 관계자와 진행요원, 참관한 학부모들은 성인도 맞히기 어려운 단어를 척척 답하는 스펠러들을 보며 감탄을 거듭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나의 어휘실력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었다”는 학생들을 만났다.
최종라운드에서 안타깝게 탈락해 챔피언을 놓친 이성환 군(14·청심국제중 2)과 최연소 참가자인 오승원 양(11·서울 영훈초 5)이다.
이들이 어휘력을 높이게 된 비결을 들어보자.》

미국 Spelling Bee 한국대표 선발 참가한 두 학생
새 단어 반드시 발음 확인… 쓰임새는 문장 위주로 정리

‘harangue(열변)’ ‘saboteur(파괴 공작원)’ ‘nougat(누가)’…. 올해 스펠링비 대회에 출제됐던 단어들이다. 무작정 외우려고 하면 잘 외워지지 않는 생소한 단어를 암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 양은 “영어로 된 동화나 소설을 읽으면 쓰면서 외우지 않아도 교과서나 문제집에서는 볼 수 없는 어려운 단어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양이 최근 읽은 책 ‘블라버(Blubber)’를 예로 들어보자. 별명이 ‘blubber(고래 등 해양 동물의 지방)’인 한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이야기를 다룬 책 속에서 오 양은 ‘tattletale(수다쟁이·고자질하는)’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책에서 보았던 ‘nostril(콧구멍)’이라는 단어는 이번 대회의 쓰기 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이 군도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단어가 많았다. 최근 읽은 ‘엔더의 게임’이라는 책에는 수시로 ‘shrug(어깨를 으쓱하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 군은 주인공의 행동과 말, 정황을 통해 단어의 뜻을 유추했다. 처음엔 이 군도 원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재미있게 읽은 영어 원서 ‘해리포터’는 영화를 보고 한국어로 된 책을 읽은 후 원서를 읽었다. 맥락을 거의 이해한 뒤 책을 읽었기 때문에 문장이나 모르는 단어를 유추하기 한결 쉬웠다.

새롭게 알게 된 단어는 반드시 발음을 확인하고 자주 쓰이는 접두어나 접미어는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도 어휘력 향상과 대회 준비에 도움이 됐다. 오 양은 영어책을 읽거나 학원 과제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인터넷 영어사전으로 정확한 발음을 확인한다. 단어장에는 모르는 단어와 영어로 정리한 그 단어의 뜻과 함께 문장 속에서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기억하기 위해 단어가 쓰인 짧은 문장을 정리했다.

이 군은 평소 단어를 ‘뜯어보는’ 습관을 들였다. 특정 의미를 갖는 접두어나 접미어를 알아두면 모르는 단어라도 뜻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이번 대회의 쓰기 시험에 출제됐던 ‘omniscient(모든 것을 다 아는·전지의)’라는 단어는 평소 ‘omni-’가 ‘모든 것의’라는 뜻의 접두어로 쓰이고, ‘scient’가 ‘knowing(다 안다는 듯한)’ ‘aware(∼을 알고 있는)’이라는 의미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처음 본 단어인데도 유추해 맞힐 수 있었다.

두 학생 모두 외운 단어를 게임이나 놀이를 통해 재확인했다.

이 군은 초등 5, 6학년인 동생들과 영어로 끝말잇기를 하면서 어휘실력을 테스트했다. 수준을 맞추기 위해 동생은 영영사전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자신이 제시하는 단어는 여덟 글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예를 들어 동생이 ‘train(기차)’이라고 하면 이 군은 (외웠던 단어 중 어려운 단어 위주로, 조건에 맞게) ‘narcissistic(자아도취적인)’이라고 답하고 동생이 다시 ‘cup(컵)’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 군은 “쉬는 시간에 머리를 식힐 수 있고 스펠링을 한 자 한 자 생각할 수 있어 즐겨하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오 양은 인터넷으로 하는 단어 맞히기 게임을 즐긴다. 영어 단어의 뜻이 제시되면 빈칸의 숫자에 맞춰 단어를 추측해 입력하는 게임이다. 오 양은 “요즘 이 게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준의 어휘를 공부하는데, 무척 헷갈리지만 재미있게 스펠링을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동영상] 2010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