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서울지역 초등 3∼6학년과 중고교 중간·기말고사엔 서술형 문제가 30% 이상 출제된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평가방법 자체를 개선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른 것. 이른바 ‘창문 열기’ 프로젝트다. 수행평가도 토론 실험·관찰 논술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실시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내신경쟁에서 최상위권 고지에 오르려면 이 두 가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새 학년 새 학기, 확 달라진 평가방식에 따른 대응전략을 △중고교편 △초등편으로 나눠 알아본다.》
서울지역, 내년 40% - 2012년 50%이상으로 확대
개념이해→ 교과내용 나만의 언어로 쓰기→ 글자수 지키기 철저연습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관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의 예를 3가지 적고, 언론의 기능을 서술하시오.’(사회)
‘열기구가 뜨는 이유를 샤를의 법칙과 관련지어 설명하시오.’(과학)
중고교 사회 과학 시험에 출제되는 서술형 문제다. 이 문제를 보자마자 눈앞이 캄캄해 진다면? 지금껏 객관식 문제 풀이에만 초점을 맞춰 공부했다는 방증이다. 공부방법을 1학기 초부터 전면 개조해야 한다.
올해부터 중고교 지필고사 및 수행평가 평가방식이 확 바뀐다. 중간·기말고사에 출제되는 서술형 문제 비중이 △2010년 30% 이상 △2011년 40% 이상 △2012년 50%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높아지는데다, 교과목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수행평가가 실시된다.
특히 서술형 문제는 학생들의 실력을 가리기 위해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상위권 진입을 노린다면 반드시 ‘서술형’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수행평가에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수행평가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상급학교 입학사정관 전형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교가 서술형 문제를 아예 출제하지 않거나 ‘단답형’ 또는 ‘문장 완성형(빈칸 채우기)’으로 출제해 왔다. 중고교 내신 성적에 10∼20점 반영되는 수행평가 역시 마찬가지. 교과목 담당 교사가 만든 프린트 내용을 암기토록 하거나 노트필기를 검사해 점수를 주는 등 교과목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수행평가가 많았다.
기존 평가방식에 맞춰 문제풀이나 암기 위주로 공부했다면 이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쪽으로 학습방향을 틀어야 한다. 신학기부터 확 달라지는 평가방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치열해진 내신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학기 평가방식,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 걸까? 효과적인 대비법은 뭘까?
서술형문제
서술형 문제는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서 100% 출제된다. 그러므로 서술형 문제의 출제 비중이 확대된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서술형 문제가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 예측하면서 감(感)을 키우면 충분히 고득점이 가능하다.
중·고교 중간·기말고사에 나오는 서술형 문제는 ‘200자 이내로 설명하시오’ ‘공통점 3가지를 제시하시오’ 등의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500∼1000자 이상 장문의 답을 요구하는 ‘논술형 문제’는 작문, 사회 등 교과목 특성에 따라 수행평가로 실시될 뿐 중간·기말고사엔 출제되지는 않는다.
중학교 시험엔 △지문을 읽고 특정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를 100자 이내로 쓰는 문제(국어) △주어진 자료를 보고 두 가지 대상을 비교하는 내용의 설명문을 작성하는 문제(사회) △문장형 문제를 읽고 수식을 세운 뒤 답과 풀이과정을 쓰는 ‘문장형+서술형’ 통합 문제(수학) △신문 기사를 읽고 기사 내용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의 원리를 찾아 쓴 다음, 우리 주변에서 이 같은 원리를 찾을 수 있는 경우를 2가지 이상 제시하는 문제(과학) △사계절을 나타내는 그림을 보고 각 계절의 날씨와 특징을 영어로 표현하는 문제(영어) 등이 서술형 문제로 출제될 수 있다.
고등학교 중간·기말고사에 출제되는 서술형 문제도 중학교 문제 유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서술형 문제에 제시되는 지문이 장문이거나 ‘제시문 1’ ‘제시문 2’처럼 두 가지 이상 등장해 문제풀이가 다소 까다로워진다. 또 ‘표준어 규정에 어긋난 경우’ ‘문제에서 요구한 200자를 초과한 경우’ 부분감점을 당하는 등 채점기준이 중학교 때보다 한층 엄격하게 적용된다.
앞으로 강화되는 서술형 문제에 대비하려면 우선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 또는 원리를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엔 배운 내용을 자기만의 언어로 한 번 이상 정리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창문 열기’ 프로젝트의 평가개선지원단으로 활동하는 서울 당곡고등학교 윤오영 교장은 “수업시간 진행되는 토론, 실험, 각종 글쓰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스스로 답을 찾고 글로 써보는 훈련을 해야 서술형 문제 풀이가 보다 수월할 것”이라면서 “특히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200자’ ‘300자’ 이내로 정확히 담아내는 실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수행평가
바뀐 평가방식에 따른 수행평가에선 학생의 ‘창의성’이 주된 평가항목이다.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이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얼마나 다각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가 △그런 과정을 통해 도출된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결과물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실생활에 접목시킬 만큼 유용한가 △교과 내용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 등이다.
창의성 개발을 위해 1학기부턴 교과목별 특성에 따라 토론 또는 토의, 교사와의 일대일 인터뷰, 포트폴리오 제작 등 말하기·쓰기 중심의 수행평가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수학에선 수학교구를 활용해 자기만의 기하학적인 도형 만들어 제출하는 수행평가가 실시될 수 있다. 영어에선 본문 내용을 암송하는 형식의 서술형 평가는 사라진다. 3, 4명이 팀을 이뤄 새롭게 익힌 영어 표현을 활용해 대본을 만든 뒤 학생들 앞에서 연극을 펼치는 과제처럼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 4가지 영역을 모두 종합한 수행평가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국어 또는 사회의 경우 특정 주제나 사회적 이슈를 담은 내용을 주고, 이에 대한 자기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수백, 수천 자 내외로 쓰는 논술형 수행평가도 실시될 수 있다. 논술형 수행평가는 중간·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듯 제한 시간 안에 답안을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교육청 ‘창문 열기’ 프로젝트의 평가개선 지원단으로 활동하는 서울 양천중학교 황성삼 영어교사는 “‘영어연극 대본 작성에 우수한 실력을 보임’처럼 앞으로 학생의 수행평가 결과는 학생부에 구체적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결과뿐 아니라 수업시간에 보인 학생의 태도, 성실성, 적극성 등이 모두 기록 대상이므로 평소 좋은 수업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서울 종암중 권수현 교사, 서울 선덕고 장성민 교사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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