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인사비리 거액 뒷돈 조성 가능성” 孔 前교육감 선거자금 유입여부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서울시교육청 26명 부정승진
장학관이 임의로 점수 조정
결재도 건너뛰고 심의 통과
상급자 묵인없이 쉽지않아
부정승진자 계좌추적 나서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교육청의 인사담당 간부들이 승진심사 규정을 어기고 임의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26명을 부당 승진시키는 등의 비리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이 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2008년 공정택 전 교육감의 교육감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이 공 전 교육감의 선거자금 수사 당시 확보한 자료를 넘겨받아 돈 흐름을 들여다 보고 있다. 현재까지 일부 간부들이 개인 비리 형식의 잘못이 드러나 구속되고 있지만 그동안 시교육청에서 특정인맥이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고 인사과정에서 수천만 원씩의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볼 때 거액의 돈이 최고위층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교육감 선거자금 출처 주목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의 최측근인 서울시교육청 김모 교육정책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최근 측근들의 비리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시교육청의 정책을 총괄하는 공 전 교육감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달 25일 검찰은 공 전 교육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08년 수사 당시 공 전 교육감의 부인 육모 씨가 차명계좌로 관리한 4억 원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4억 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공 전 교육감은 28억 원에 달하는 돈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했으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교육감직에서 물러났고, 28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자료를 검토함은 물론 당시 선거총괄본부장이자 공 전 교육감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한 학원장 출신 최모 씨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공 전 교육감이 최 씨로부터 5억9000만 원을 빌리는 등 선거자금 중 10억 원을 차입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의 측근 등이 장학사 직을 대가로 뇌물을 받는 등 조직적으로 인사비리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다음 주 중 공 전 교육감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 장학관, ‘혁신성’ 항목 임의로 만들어 가점 부여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은 장모 전 시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59·구속)이 2008∼2009년 근무평정점수를 조작해 교장 15명과 장학관 2명 등 17명을 승진시키고 9명을 교장연수대상자로 선발한 사실을 적발해 서울서부지검에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감사원은 장 전 장학관은 2008∼2009년 교감, 장학사, 교육연구사에 대한 근무성적평정 및 승진임용 업무를 처리하면서 승진 대상자의 근무 실적, 직무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하는 근무성적평정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의혹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장 전 장학관이 근무성적평정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미리 승진후보자 명부 등을 만들었다”며 “권한이 없음에도 자신의 명부에 들어 있는 26명이 승진 순위에 포함되지 않자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혁신성’ 평정항목을 임의로 만들어 이들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근무성적평정 점수를 바꿨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장 전 장학관 이외에도 승진, 채용, 전보 등 인사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를 어긴 다수의 사례를 찾아냈고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조정하고 있다. 한 감사관은 “교육청을 감사할 때 장학관, 장학사 등의 승진에서 주관적인 평가를 할 항목이 많아 문제가 많아 ‘자기 사람 뽑기’에 딱 좋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그러나 당시에는 예산집행만 중점적으로 감사해 인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았다”고 말했다.

○ 상급자 연루의혹 커져, 검찰 ‘인사비리’ 수사 확대

당초 규정에 없던 ‘혁신성’이란 항목을 임의로 신설해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26명을 승진시킨 의혹을 받는 장 전 장학관을 두고 검찰은 상부로 의심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과장 국장 등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근무성적평정조정위원회에 제출한 것은 교육청의 최고위층의 지시를 받았거나 직속 상관들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근무성적평정조정위의 심의도 무사통과한 것으로 봤을 때 최종 결재자였던 공 전 교육감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부정 승진과 관련해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사원이 적발한 26명 중 상당수에 대해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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