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도지사가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그때 문제이고….” 경남도 간부들은 최근 김태호 지사가 임기 막판 대규모 인사를 추진하면서 생기는 잡음에 대해 “새 지사가 오면 출자, 출연기관장들은 일괄 사표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진요인이 생기는데 공무원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4개월 뒤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큰데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김 지사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업무 연속성, 조직 안정성 등을 감안해 ‘토막 인사’는 줄이는 것이 옳다. 일부 산하기관장 자리에 특정인을 내정한 뒤 몰아가는 인상을 풍기면서 김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무엇보다 도립 거창대 후임 총장이 그렇다. 총장 후보로 추천된 이병호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은 2일 오전 열린 거창대 입학식에서 환영사를 했다. 경남도 규칙에 따라 총장 직무를 대리한 것. 그리 흔한 ‘캠퍼스 풍경’은 아니다.
그동안 “산하기관장이 전직 공무원 보금자리냐”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대학 운영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았고 박사학위도 없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김 지사는 간부 공무원 출신을 총장으로 임용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사천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백중기 도립 남해대 총장이 중도하차하면 누가 후임으로 갈까.
김 지사는 2일 4급 이상 간부와 시군 부단체장 8명의 인사를 4일자로 단행했다. 이 중 2명은 2개월 만에 전보하는 등 파격이었다. 거창대 총장은 다음 주 임용 예정이다.
김 지사는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경남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인물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민들은 6년 지사직을 수행한 그가 경남 미래를 위해 탄탄대로를 만들어 놓고 떠나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출장 여독(旅毒)을 이유로 도청에서 열린 3·1절 행사까지 불참한 그가 지금 무슨 구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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