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던 50대 후반의 여성 택시운전사가 중학교에 입학해 손자뻘 급우들과 만학의 꿈을 펼친다. 충남 서산교육청은 택시운전사인 김진순 씨(57)가 서산시 음암중학교에 3일 입학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현재 30대 초반인 자신의 아들과 딸이 졸업한 작은 시골 중학교(전체 7개 학급, 전교생 180명) 입학식에 교복을 입고 참석했다.
김 씨는 1966년 금산초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결혼 후 다시 진학을 꿈꿨으나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6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만학을 결심했다.
그의 만학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평탄하지 않은 인생역정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미용기술을 배워 4년여간 미용사로 일하다가 20대 초반에 서산으로 시집온 그는 30세부터는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7년가량 일했다. 37세에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아 한때 실의에 빠졌지만 굳은 의지로 병마를 이겨냈다. 20여 년 동안 식당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서산 서령택시 운전사로 취업했다. 그는 이제는 시간을 낼 수 있겠다며 입학신청서를 냈다.
“하루하루 사납금을 채우기만 하면 부담이 없는 만큼 낮에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택시운전을 계속할 거예요. 쉽지 않겠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 내 봐야죠.” 음암중 전석진 교장은 “선생님들이 이제 10대 중반인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귀감이 될 김 씨의 담임을 서로 맡으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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