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우치’가 관객 60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전남 광양시가 전우치 관련 설화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광양시 태인동은 원래 태인도라는 섬이었지만 주변에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건설되면서 다리가 놓여 육지가 됐다. 태인동에는 조선시대 홍길동과 함께 대표적 고전 영웅소설 주인공인 ‘전우치’가 등장하는 설화가 곳곳에 널려 있다.
광양시가 발간한 책자에는 태인동과 전우치에 얽힌 전설들이 소개돼 있다. 이 책자는 광양시와 순천대가 함께 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설화를 정리한 것이다. 태인동 궁기마을에서는 전우치 왕궁터가 남아있다는 설화가 전래되고 있다. 설화는 ‘도술가 전우치가 500년 전 궁기마을에 왕궁을 짓고 백성을 착취하는 탐관오리의 곡식을 백성들에게 돌려줬다’는 내용이다. 전우치가 구름을 타고 충청도 한 고을을 지나가던 중 탐관오리의 악행을 보고 백성을 구하기로 했다는 것. 그가 ‘도술을 부려 궁기마을에 왕궁을 짓고 섬진강을 한강으로 바꿔 탐관오리들이 거둬들인 곡식을 궁기마을로 가져오게 해 충청도 백성들에게 다시 나눠줬다’는 이야기다. 설화는 ‘전우치가 백성을 구한 뒤 떠나자 궁궐은 간 곳이 없고 궁터만 남게 됐다’고 끝을 맺고 있다.
왕궁터 설화는 1983년, 황금대들보 설화는 1994년 조사됐다. 광양시 관계자는 “태인동에 유달리 전우치에 얽힌 이야기가 많지만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전우치 설화를 더 발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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