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이 최근 20년간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4일 입수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노인자살 실태 분석과 예방 대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61세 이상 자살자 수는 1989년 788명에서 2008년 4029명으로 증가했다. 2000년대에 급격히 노인 자살이 늘면서 20년간 5배로 증가한 것이다.
20년간 국내 노인 자살자와 자살률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사망자 유가족이 작성한 사망신고서를 기초로 한 통계청의 자살 통계와 달리 변사사건으로 경찰이 수사해 자살사건으로 종결된 내용을 조사했다. 유가족이 없거나 허위로 신고한 자살자 수가 없어 통계청 자료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로 평가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61세 이상 자살자 수도 1989년 27명에서 2008년 61.4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자살자 중 노인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989년 10.3%에서 2008년 32.8%로 3배로 늘었다. 국내 노인의 자살 충동 원인은 질병이 37.1%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경제적 어려움(33.9%), 외로움과 고독(13.2%), 가정불화(10.6%) 등의 순이었다.
연구 결과 노인은 자살 충동이 생기면 자살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의 자살 시도와 실제 자살의 비율이 8 대 1인 반면 노인은 2.09 대 1이었다.
국내 노인 자살 수치는 다른 나라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인구 10만 명당 65∼74세 자살자는 44.7명, 75세 이상 46.5명이었지만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65∼74세 자살자가 95.9명, 75세 이상 154.8명이었다.
치안정책연구소 유지웅 박사는 “다른 연령대의 자살은 충동적으로 일어나지만 노인은 심사숙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끼면 실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며 “초고령사회인 일본과 비교해 봐도 심각한 만큼 국가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