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보도 혜택만 누리고 부정보도땐 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법원, 고위 공직자들 언론 상대 소송 남발에 쓴소리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송명호 판사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사학재단 실소유자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한 ㈜대구방송에 대해 박 의원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박 의원은 ㈜대구방송이 2008년 10월 13일 자사 뉴스 프로그램에서 “경북도교육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모 사학재단 실소유자가 박 의원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허위 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공적인 인물이자 ‘공복’으로서 그들의 명예는 일한 결과에 따라 국민이 인정해줄 때 일시적으로 생기는 것이지 애초부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직자들이 억울하면 정정·반론보도청구제도나 언론중재위원회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명예훼손 관련법을 남용해온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잦은 명예훼손이나 형사고소가 공직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판사는 “언론매체를 통해 원고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의 보도가 나올 때는 공직자들이 그 혜택을 그대로 누리다가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는 곧바로 재판이나 고소를 통해 언론매체에 압박을 가한다면 어느 언론매체든 부정적인 보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정보가 흘러나오는 언로가 막히면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판사는 언론에 대해서도 “권위의식을 버리고 진실보도라는 언론의 임무에 충실할 때 ‘책임 없는 제4의 권력’이란 비판이 국민에게서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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