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설땐 4000만원 예치
2008년 1월엔 4억여원으로
검찰, 2년전엔 출처 못밝혀
‘4억 차명계좌’ 재수사 착수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수사했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비용 관련 의혹을 전면 재조사하면서 4억여 원이 들어 있었던 차명계좌가 다시 수사대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이 교육감 선거비용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던 이 차명계좌에는 3년여 동안 거액의 뭉칫돈이 수시로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 수시로 수천만 원 뭉칫돈 유입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08년 10월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 부정수수 의혹을 수사하다가 차명계좌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 통장은 공 전 교육감의 부인 육모 씨가 고교동창 조모 씨의 이름을 빌려 만든 것이었고, 이 돈의 대부분이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에 쓰였던 사실도 밝혀졌다.
2003년 12월 처음 이 계좌가 개설될 때에는 4000만 원이 예치됐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이 2004년 8월 간선제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2005년 한 해에만 현금이 수천만 원씩 10여 차례에 걸쳐 모두 3억1000만 원이 입금됐다. 이후에도 뭉칫돈이 수시로 유입돼 2008년 1월에는 잔액이 4억7122만 원까지 늘어났다.
당시 수사팀은 이 돈의 출처를 밝히려 했지만 대부분의 돈이 현금으로 입출금돼 추적에 실패했고, 관련자의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육 씨는 검찰에서 “선교장학사업을 위해 남편 모르게 모은 돈”이라고 진술했고, 현금으로 입금한 데 대해선 “돈을 빌려간 친인척과 지인들이 굳이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쇼핑백 등에 현금으로 담아 갖다줬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 ‘입 맞추기’로 차명계좌 은폐 시도
2008년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차명계좌를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으로 쓰기 위해 이 차명계좌에서 모두 4억 원을 건네받았던 김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계좌명의자인 조 씨에게서 빌린 돈으로 차용증도 써줬다”며 육 씨의 차명계좌 보유 사실을 감췄다. 2008년 11월 14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조 씨도 처음에는 “내가 그 계좌의 실제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추궁에 조 씨는 결국 육 씨의 차명계좌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날 육 씨가 조 씨를 만나 “차명예금의 존재를 숨기고 김 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진술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 전 교육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법원도 은폐 시도 등 여러 정황을 들며 차명계좌 자금의 출처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육 씨가 연금이나 이자수입을 알뜰히 모았다고 하지만 연금과 예탁금 이자는 월 3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육 씨가 독자적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공 전 교육감과 관련돼 육 씨에게 유입된 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차명계좌 실체 밝혀질까
서울서부지검의 재수사에서도 차명계좌에 있던 4억여 원의 실체가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또 이 차명계좌의 돈은 2004∼2007년에 조성된 것이어서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장학관 및 교장 26명의 부당 승진 의혹과는 무관하다. 부당 승진 의혹은 2008, 2009년에 있었다.
따라서 검찰은 이 차명계좌 외에 공 전 교육감 주변의 전반적인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새로운 수사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육 씨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차명계좌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