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前교육감 2004년 취임뒤 수천만원씩 현금 입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2003년 개설땐 4000만원 예치
2008년 1월엔 4억여원으로
검찰, 2년전엔 출처 못밝혀
‘4억 차명계좌’ 재수사 착수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수사했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비용 관련 의혹을 전면 재조사하면서 4억여 원이 들어 있었던 차명계좌가 다시 수사대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이 교육감 선거비용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던 이 차명계좌에는 3년여 동안 거액의 뭉칫돈이 수시로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 수시로 수천만 원 뭉칫돈 유입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08년 10월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 부정수수 의혹을 수사하다가 차명계좌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 통장은 공 전 교육감의 부인 육모 씨가 고교동창 조모 씨의 이름을 빌려 만든 것이었고, 이 돈의 대부분이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에 쓰였던 사실도 밝혀졌다.

2003년 12월 처음 이 계좌가 개설될 때에는 4000만 원이 예치됐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이 2004년 8월 간선제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2005년 한 해에만 현금이 수천만 원씩 10여 차례에 걸쳐 모두 3억1000만 원이 입금됐다. 이후에도 뭉칫돈이 수시로 유입돼 2008년 1월에는 잔액이 4억7122만 원까지 늘어났다.

당시 수사팀은 이 돈의 출처를 밝히려 했지만 대부분의 돈이 현금으로 입출금돼 추적에 실패했고, 관련자의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육 씨는 검찰에서 “선교장학사업을 위해 남편 모르게 모은 돈”이라고 진술했고, 현금으로 입금한 데 대해선 “돈을 빌려간 친인척과 지인들이 굳이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쇼핑백 등에 현금으로 담아 갖다줬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 ‘입 맞추기’로 차명계좌 은폐 시도

2008년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차명계좌를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으로 쓰기 위해 이 차명계좌에서 모두 4억 원을 건네받았던 김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계좌명의자인 조 씨에게서 빌린 돈으로 차용증도 써줬다”며 육 씨의 차명계좌 보유 사실을 감췄다. 2008년 11월 14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조 씨도 처음에는 “내가 그 계좌의 실제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추궁에 조 씨는 결국 육 씨의 차명계좌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날 육 씨가 조 씨를 만나 “차명예금의 존재를 숨기고 김 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진술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 전 교육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법원도 은폐 시도 등 여러 정황을 들며 차명계좌 자금의 출처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육 씨가 연금이나 이자수입을 알뜰히 모았다고 하지만 연금과 예탁금 이자는 월 3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육 씨가 독자적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공 전 교육감과 관련돼 육 씨에게 유입된 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차명계좌 실체 밝혀질까

서울서부지검의 재수사에서도 차명계좌에 있던 4억여 원의 실체가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또 이 차명계좌의 돈은 2004∼2007년에 조성된 것이어서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장학관 및 교장 26명의 부당 승진 의혹과는 무관하다. 부당 승진 의혹은 2008, 2009년에 있었다.

따라서 검찰은 이 차명계좌 외에 공 전 교육감 주변의 전반적인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새로운 수사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육 씨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차명계좌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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