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작은 생명들을 지켜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몰래 캐가는 일 잦아
특산식물들 멸종 위기

4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곶자왈’ 주변. 물이 잠시 고이는 암반 위 부엽토에서 자라는 제주고사리삼을 파낸 흔적이 역력했다. 제주고사리삼은 부엽토와 물기가 함께 있는 곳에서 자라는 양치식물로 줄기 끝에 포자낭을 형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김봉찬 제주도문화재전문위원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제공하는 곶자왈의 특정 지역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개체수에 큰 변화가 없다”며 “최근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인위적인 도채가 성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제주에만 있는 특산식물 가운데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한라물부추, 한라솜다리, 한라장구채, 섬바위장대, 제주산버들, 두메대극, 한라각시둥굴레, 좀민들레, 섬매발톱나무 등은 개체수가 100그루 미만에 불과하다. 한국특산식물인 지리산오갈피는 두 그루만이 확인됐다. 고정군 제주도환경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라산 고지대 식물 가운데 구상나무를 제외하고는 특산식물이 왜소하거나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종 보존 전략 마련이 없으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환경자원연구원은 2007년 5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제주특산식물 87종의 자생지를 확인했다. 세계적으로 제주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은 56종. 제주와 국내 일부지역에 서식하는 특산식물은 31종으로 나타났다. 최근 특산식물을 집대성한 229쪽 분량의 ‘제주지역의 특산식물’을 펴냈다.

제주특산식물 가운데 개족도리, 구름떡쑥, 은빛세복수초, 모데미풀, 섬매발톱나무, 흰그늘용담 등 59종이 약용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철수 환경자원연구원 한라생태환경연구부장은 “특산식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고 신품종을 육성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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