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함정 피하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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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8일 03시 00분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외우고 기본적인 영문법을 익히려고 노력한다. 그 뒤에 영어 독해와 회화 공부를 한다. 국어 공부를 할 때도 비슷한 순서를 따른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이 언어영역 공부에서 어휘와 문법을 소홀히 한다. 함정에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어휘는 제시문, 보기, 문두(問頭·답지나 보기를 제외하고 문항 번호 바로 뒤에 중심질문이 있는 부분), 답지에 나오는 단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전형적인 어휘 문항에서는 다의어(多義語)가 많이 등장한다. 한자어를 순우리말로 혹은 순우리말을 한자어로 대체하는 질문도 나온다. 독해를 할 땐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문맥적 의미를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함정에 쉽게 빠진다.

보기나 문두, 답지 혹은 선택지에 나오는 단어는 거의 정해져 있다. 듣기에서는 ‘직설적(直說的)’ ‘비유적(比喩的)’ ‘논리적(論理的)’ ‘감정적(感情的)’ 등의 단어가, 쓰기에서는 ‘모색(摸索)’ ‘객관화(客觀化)’ ‘제고(提高)’ ‘포괄(包括)’ 등의 단어가 잘 나온다. 이런 단어를 정확히 알아두지 않으면 독해를 잘하더라도 오답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비문학의 경우 답지에서는 ‘절충(折衷)’ ‘환기(喚起)’ ‘인과(因果)’ ‘일반화(一般化)’ ‘귀납(歸納)’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문학에서도 각종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런 단어는 영어 단어를 외우듯이 암기해야 한다. 예를 들면 ‘비교(比較)’는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로 사용되지만, 설명 방식으로 답지에서 언급될 땐 ‘공통점이나 유사점’만을 의미하고 ‘차이점’은 ‘대조(對照)’라는 단어가 나타낸다. 이렇게 보기나 답지, 문두에 나오는 단어는 각기 특별한 의미를 지니므로 인터넷이나 ‘EBS 수능어휘사전’ 등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6월 모의평가 문제를 보자. 요즘은 예전 모의평가에 출제됐던 작품도 종종 나온다. 제시문은 고전소설이므로 일부 맞춤법은 현대어와 다를 수 있다.

「[예문] 2004학년도 수능 대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이 때에 상서가 국사(國事)에 매이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였더니 상서의 부인이 생의 행동거지(行動擧止)가 수상함을 보고 하인들을 힐문(詰問)하였다. 이에 하인들이 부득이하여 사실대로 아뢰니 부인이 크게 놀라 즉시 상서께 기별하였다. 상서가 또한 통분하나 ‘누님께서 주혼(主婚)하고 선이 몹시 사랑한다 하니 달리 금치 못하리라.’ 하고 낙양 태수에게 기별하되,/“동촌 술파는 할미 집에 숙향이라는 계집이 가장 요악(妖惡)하다 하니 잡아다가 죽이라.”/하였다. 이생은 고모 집에 있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때 낙양 태수 김전이 상서의 말을 듣고 즉시 관원들을 풀어 숙향을 잡아 오니 숙향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잡히어 관전(官前)에 이르니 태수가 물어 말하기를,/“너는 어떤 창녀이기에 상서 댁의 공자를 고혹(蠱惑)하였느냐? 이제 쳐 죽이라는 기별이 왔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하고 아랫사람들에게 호령하여 형틀에 매고 치려 하니 낭자가 원망하여 말하기를,/“소녀는 다섯 살 때 피란 가던 중에 부모를 잃고 동서로 구걸하며 다니다가 할미집에 의지하였는데, 이랑이 빙례(聘禮)로 구혼하옴에 상하 체면에 거스리지 못하여 성혼하였습니다. 이는 진실로 첩의 죄가 아닙니다.”/하였다. 태수가 말하기를, /“나는 상서의 기별대로 할 뿐이다.”/하고 치기를 재촉하니 숙향의 화월(花月) 같은 용모에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눈물이 밍밍하여 슬피 우니 그 경상(景狀)을 차마 못 볼러라. 집장 사령이 매를 들어 치려 한즉 팔이 무거워 들지 못하였다. 태수가 크게 노하여 다른 사령으로 갈아 치웠으나 또한 매끝이 땅에 붙고 떨어지지 아니하니 태수가 고이히 여겨 말하기를,/“필시 애매한 사람이리라. 그러나 상서의 기별임에 나로서는 어쩌지 못하겠다.”/하고 동여매어 물에 넣으려 하였다.

이 때 태수의 부인인 장씨의 꿈에 숙향이 앞에 와울며 말하기를,/“부친께서 저를 죽이려 하거늘 모친이 어찌 구하지 않으십니까?”/하니 부인이 놀라깨어 시비로 하여금,/“상공이 무슨 공무를 보시는가 알아 오라.”/하였다. 시비가 되돌아 와 말하기를,/“상공이 이 상서의 영(令)으로 그 댁 며느리를 죽이려 하십니다.”/하니 장씨가 놀라 급히 태수를 청하여 말하기를,/“여아(女兒)를 잃은 지 십여 년에 한 번도 꿈에 뵈는 일이 없더니 아까 몽중에 숙향이 울며 여차저차하오니 매우 이상합니다. 오늘 보시는 공무(公務)는 어떤 일입니까?”/하였다. 태수가 말하기를,/“이 상서의 아들이 숙향에게 고혹되어 부모를 속이고 장가들었음에 제게 기별하여, ‘죽이라’ 하기에 이번 일을 하는 것입니다.”/하니 장씨가 말하기를,/“몽사가 이상하고 이 상서의 며느리가 또한 피란 중에 부모를 잃었다 하니 그 근맥을 물어 보겠습니다. 일을 잠시만 미루어 주십시오.”/하였다. 태수가 이에 응낙하고 하령하여, 가두라 하니 낭자 약하디 약한 몸에 큰 칼을 쓰고 누수 만면(淚水滿面)하여 옥에 들며 말하기를,/“이 곳이 어디입니까?”/하니 옥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낙양 옥중이다. 내일은 죽을 것이니 불쌍하구나.”/하거늘 낭자 헤아리되, ‘이랑은 내가 죽는 것을 모를 것이니 소식을 누가 전하리오?’ 하고 애통해 하더니 날이 밝음에 문득 청조(靑鳥) 날아와 울거늘 낭자가 적삼 소매를 떼어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편지를 써 새의 발목에 매어 주며, ‘이랑께 전하라.’ 경계하니 청조가 두 번 울고 날아갔다.

이 날 이랑이 고모 집에서 자는데 문득 이랑의 고모가 잠결에 대경 대로하여 말하기를,/“선이 비록 상서의 아들이나 내 또한 길렀음에 주혼하였던 것인데, 내게 묻지도 아니하고 어찌 이렇듯 걱정을 끼칠 수 있는가?”/하거늘 생이 부인을 흔들어 깨웠다. 부인이 정신을 차려 생에게 꿈 얘기를 이를 즈음에 문득 청조가 날아와 이랑의 앞에 앉거늘 자세히 보니 발목에 한 봉물이 매어 있는지라 끌러 보니 그 글에 하였으되,/“박명 첩 숙향은 삼가 글월을 이랑 좌하에 올립니다. 첩이 전생 죄를 차생(此生)에서 피하지 못하여 속절없이 낙양 옥중의 흙이 되니 죽기는 섧지 아니하나 낭군을 다시 못 보니 지하에 가도 눈을 감지 못할 것입니다. 엎드려 비옵건대 낭군은 천첩을 생각지 말으시고 천금같이 귀한 몸을 보중(保重)하십시오.”/하였거늘 이랑이 편지 글에 크게 놀라 그 글을 고모에게 드리고 낙양 옥중에 가 함께 죽고자 하니 고모가 말하기를,/“내 몽사와 같으니 장차 어찌하리오? 그러나 경솔히 굴지 말고 할미 집에 사람을 시켜 자세히 알아오라.”/하며 일변으로 상서 집 노복을 불러 물으니 노복 등이 대답하여 말하기를,/“부인이 알으시고 상서께 기별하여 여차저차한 것입니다.”/하거늘, 부인이 대로하여 말하기를,/“내 주혼함을 업수이 여기고 내게 묻지도 아니하고 무작정 사람을 죽이려 하는구나. 내 친히 경성으로 올라가 상서를 만나 결단하리라.”/하고 치행(治行)하여 경성으로 갔다.

- 작자 미상, 숙향전(淑香傳)

이 소설은 숙향과 이선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서 ‘고난을 극복한 사랑의 성취’가 주제이다. 여기서 주된 갈등은 남녀의 인간적 애정과 유교적 도덕관의 대립이다. 부모의 의사와 신분적 질서에 근거하는 유교적 논리보다는 인간적 애정을 중시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출제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이 문항은 소설의 글쓰기 방식에 비추어 소설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23. 위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보기>와 같은 구상을 했다고 할 때, 위 글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보 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숙향
○ 어떻게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인가?
1. 상서로 하여금 이랑과 숙향의 관계를 알게 함…①
2. 상서와 낙양 태수의 상하 관계를 이용함…………②

○ 어떻게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
1. 처형의 보류
- 형장 장면의 이적(異蹟)………………………………………③
- 태수 부인의 꿈
- 동정적인 여론 조성………………………………………………④
2. 상황 전환을 위한 공간 매개 - 청조 활용…………⑤
3. 낙양과 경성의 연결 - 고모의 상경

숙향을 처형하려는 위기 상황에서 집장 사령들에게 기이한 힘이 작용해 처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숙향을 동여매어 물에 넣으려 하는데, 태수의 부인인 장씨가 꿈의 상황을 언급하며 처형을 잠시 미뤄 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태수는 숙향의 처형을 보류하고 옥에 가둔다. 태수가 동정적인 여론 때문에 숙향의 처형을 보류한 것은 아니므로 ④번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을 보자. ① 상서의 부인은 하인들을 통해 이랑과 숙향의 관계를 알고 이를 상서에게 기별한다. 이런 사실이 낙양 태수에게까지 전해지면서 숙향이 관원들에게 잡힌다. ② 상서는 낙양 태수에게 ‘동춘 술파는 할미 집에 숙향이라는 계집이 가장 요악하다고 하니 잡아다가 죽이라’ 한다. 이에 태수는 상서의 기별대로 숙향을 잡아 형벌을 가한다. ③ 태형을 가하려 집장 사령이 매를 들어 치려 할 때 팔이 무거워 들지 못하고 다른 사령으로 바꾸었으나 매끝이 땅에 붙고 떨어지지 아니하는 기이한 상황 ‘이적(異蹟)’이 글 속에 나타난다. 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고모가 할미 집에 사람을 시켜 상황을 파악하고 상서를 만나기 위해 경성으로 가는 장면이 나타난다.

이 문항의 정답률은 42.75%로 오답지인 ②번은 13.22%, ③번은 21.98%, ⑤번은 12.21%의 반응률을 보였다. 이것은 정답인 ④번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을뿐더러 ‘이적’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②, ③, ⑤번에 대한 반응률이 높은 이유는 학생들의 낮은 어휘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형식과 내용, 사고 수준을 고려할 때 그다지 어렵지 않았음에도 정답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학생들이 문화적 차이로 고전문학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거나 ③번의 ‘이적(異蹟)’처럼 한자 어휘를 보고 당황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휘력의 수준은 변별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쉬운 문항에서 오답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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