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 맨발로 학교를 다니고…‘구두쇠’ 소리 듣던 노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5일 22시 27분


“후배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 71세 서인수 할머니 2억 기부하고 하늘로

70대 할머니가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에 내놓고 세상을 떠났다. 대구 달성군 가창초교 16회 졸업생인 서인수 할머니(71·여)가 고향 후배와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 명의의 주택(2억 원 상당) 1채를 이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4일 병환으로 별세했다. 서 할머니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맨발로 학교를 다닐 정도로 가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할머니가 기부한 재산은 대구 수성구 파동 상가주택 1채(대지·154㎡·약 46평)로 공시 지가가 1억 4000억 원. 시가로는 2억 원을 조금 넘는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상을 하며 재산을 모은 그는 근검절약 정신을 실천하며 생전 불우 이웃 돕기를 실천해왔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녀들에게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서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 환경으로 어렵게 공부했던 시절을 자주 떠올리면서 "손자 같은 후배들을 도울 방법이 없겠느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생전에 "신발도 못 신고 학교를 다닐 만큼 가난했는데 후배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된다"며 "어린 후배들에게는 좋은 교육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유족 측은 "고인은 어려서부터 근검절약 정신을 실천해 '구두쇠'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셨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는 희생적"이었다며 "돌아가시기 전 병석에서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심하셨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고인이 기부한 재산과 동창회 기금을 추가로 모금해 장학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가창초교 김두련 교장(60)은 "서 할머니의 이름을 따 '인수장학회'를 만들어 고인이 남긴 고귀한 정신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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