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수위 때 그 공약’… 이주호 교육청개혁안 이번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잇단 비리에 뒷북 처방.’

교육계의 실세로 불리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의 요즘 행보를 보면 이런 말이 떠오른다.

이 차관은 서울시교육청의 잇단 비리와 관련해 교육청과 인사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육청의 기능을 권한이나 통제 중심에서 학교에 학습을 지원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학관, 장학사들의 기능도 학교를 도와주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사 인사비리, 교육시설 수주비리 등 잇따라 불거진 서울시교육청의 비리에 칼을 대겠다는 얘기다.

이 차관이 밝힌 개혁안은 교육청 비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대안은 이번에 처음 제시된 것이 아니다. 이 차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을 때부터 내건 공약이다. ‘뒷북’이라는 비판과 함께 ‘재탕’ ‘삼탕’이란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차관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로 인수위의 교육 공약을 설계하면서 지역교육청의 행정 기능을 없애고, 학교 컨설팅 등을 맡는 교육지원센터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지역교육청이 승진 거점으로 변질되고 인사비리, 시설비리, 납품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차관은 한나라당 의원이던 2007년 9월 ‘초중등교육 행정체계 개편 토론회’에서도 똑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이 차관이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이던 2008년 상반기에 교과부는 180개 지역교육청을 지역교육지원센터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고, 한나라당도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교원단체 등이 ‘교육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교육청 개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차관의 개혁이 이익단체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10월에야 지역교육청을 학교지원기관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의 ‘지역교육청 기능개편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교육청 4곳을 시범교육청으로 선정했다. 교육청 기능을 바꿔 1년간 시범 운영을 한 뒤 새로운 지역교육청 역할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때도 당초 이 차관이 구상했던 공약보다 한참 퇴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청의 기능이 학습을 지원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자면 뜯어고쳐야 할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교과부와 이 차관은 교육계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다 개혁 타이밍을 놓쳐 비리 복마전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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