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무 걸렸던 지리산 반달곰, ‘엄마’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8일 03시 00분


암수 각각 한마리씩 1월초 야생서 출산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야생에서 새끼 두 마리를 출산했다. 지리산 반달곰이 야생에서 교미해 새끼를 낳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겨울잠을 자고 있는 반달곰을 찾아가 전파발신기를 교체하던 중 암컷 한 마리(RF-18)가 새끼 두 마리를 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는 암컷과 수컷 각각 한 마리이고 몸무게는 1∼1.5kg으로 건강한 상태다.

새끼를 낳은 암컷은 2005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지리산으로 ‘이민’ 온 여섯 마리 중 하나. 태어나자마자 밀렵꾼에게 부모를 잃고 한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5년째 지리산에 적응하고 있다. 함께 온 여섯 마리 중 세 마리가 폐사했거나 실종됐을 만큼 자연적응은 쉽지 않았다. 이번에 새끼를 낳은 암컷도 2008년 6월 주변 농가가 멧돼지 퇴치를 위해 설치한 올무에 걸리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곰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같은 러시아 출신인 수컷 곰(RF 19)과 함께 다녀 임신 가능성이 높았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 여름 교미한 뒤 12월 바위굴에서 동면을 시작해 올 1월 초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리산에 방사한 곰들이 출산가능 연령대(5∼7세 이상)에 접어들면서 야생에서 증식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동주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지리산에 방사한 어린 곰들이 야생환경을 극복하고 사람의 간섭을 피해 먹이활동, 동면, 짝짓기에 성공한 것은 반달곰 복원사업이 성공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